- 시료 채취·조사 기관 달라
- 대책위 "남구청 묵인 의혹"
땅속에 매립된 폐슬래그의 위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휴게소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조사가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기대폐기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은 2008년 7월 5일~9월 25일 실시된 폐슬래그 성토지역에 대한 환경영향조사 용역을 맡은 공식조사업체가 토양 시료를 채취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남구청은 오염원인 제공자인 동국제강과 토지 소유주인 용호발전에 '정밀조사' 명령(행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협의체를 구성해 조사를 주관하는 것처럼 꾸며 동국제강의 '임의조사'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용역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동국제강은 환경영향평가의 용역업무를 BETEC(부산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과 체결했고, BETEC 측은 조사 대상인 토양 시료 채취 용역을 (주)동해이엔지라는 지반조사 전문업체에 맡겼다. 이후 (주)동해이엔지는 동의과학대학 동의분석센터와 채취한 토양 시료에 대한 오염 조사 계약을 체결했다. 각 조사 단계마다 용역 업체가 다른 것이다. 특히 조사업무를 담당한 동의분석센터는 '정체불명의 시료'를 전달받아 분석만 해준 것에 불과했다.
정밀조사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명령에 따라 법적 허가를 받은 공식 조사기관이 시료 채취와 조사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임의조사는 공신력이 떨어지는 사설업체가 시료를 채취하면 이를 조사기관이 조사하는 형태다. 임의조사는 시료 채취 주체와 조사 주체가 일치하지 않아 정밀조사와 비교하면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 조사업무를 맡았던 동의분석센터의 관계자 역시 "당시 조사 과정이 법에 따른 정식 절차를 따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사 용역비용을 담당한 주체가 문제의 당사자인 동국제강이란 점도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구청은 조사만 담당한 기관이 업무 전체를 한 것처럼 포장해 조사의 신빙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규호 남구 부구청장은 "구청 관계자들이 참여한 협의체가 조사를 주관했으므로 사설업체의 임의조사를 묵인 방조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면서 "시료 조사 기관과 채취 기관이 다르다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 역시 비약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