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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재발견 <7> 동구 (사)슬로산복커뮤니티

'산복도로 르네상스 우리 손으로' 자립 위해 주민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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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로산복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부산 동구 초량동 골목점빵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관주도 사업 한계 부딪힐 즈음
- 주민협의체 6곳 모여 공동체 탄생

- 10지구 '육사모' 중심 골목점빵 설립
- 표고버섯 등 자연 조미료 판매
- 8지구는 할매레스토랑 준비 중
- 다른 지구도 사랑방 등 만들기로

- 활동가 등 참여 사단법인 등록
- 지구별 공간 알차게 채우기 계획

"건어물 말리는 냄샙니꺼? 요새 많이 팔리는가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린 표고버섯이 여기 한가득있었다 아이가. 아이고 치운다고 고생했데이" "우리 얼마 전부터 구청에 납품하게 됐다. 잘됐제?"

지난 6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골목점빵.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네댓 명의 주민이 작은 탁자 주위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공동 화장실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산복도로변 아파트 한 채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2011년부터 '초량6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육사모)'이 운영하는 가게다. 골목점빵의 주력 메뉴는 말린 표고버섯, 멸치, 다시마 등으로 만든 자연 조미료. 곽태남(여·57) 10지구(육사모) 대표는 "매일 3, 4명이 출근해 물건을 만들지만 일손이 부족하거나 동네 김장을 할 때면 마을 사람 10여 명이 동시에 나와 일을 한다"고 귀띔했다. (사)슬로산복커뮤니티 구성원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곳 주민에게 골목점빵은 쉼터이자 일터다.

■산복도로를 살려라

부산시는 2010년 부산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를 되살리기 위해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 공동체 회복을 사업 성공의 관건으로 본 시는 중구와 동구의 행정구역에 따라 실제 생활 반경을 기준으로 총 10곳의 주민협의체를 구성했다. 지역마다 대학교수와 시민운동가로 구성된 계획가와 활동가를 1명씩 투입했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관 주도로 꾸려진 협의체는 여기저기서 한계에 부딪혔다. 주민 협의체이지만 모임 연락은 동사무소를 통해 이뤄졌고, 구성원 대다수가 통장이었다. 공동체에 생소하던 주민은 시에서 하는 사업이라고 하니 처음에는 도시개발사업쯤으로 여기고, 길을 개설하거나 노인정을 지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공동체는 주민이 직접 나서 마을을 만들고, 시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라는 취지를 주민에게 이해시키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우리 마을 장단점 찾기, 공동체 카드 만들기 같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동구 지역 주민협의체 6곳은 지난해 초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활동가와 계획가가 무한정 있을 순 없고, 이들이 빠져나가면 주민 스스로 어떻게 꾸려나갈지가 막막했다. 고민 끝에 주민은 일손을 모으기로 했다. 혼자서는 힘들어도 구심점을 만들어 뭉치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사)슬로산복커뮤니티는 이렇게 탄생했다.

■주민의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공간

슬로산복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이긴 했지만, 각 지구는 6개의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굴러간다. 2011년께 공동체 활성화의 하나로 예산 2억 원이 배정됐을 때 사용처를 각 주민협의체에서 고민했다. 그 결과 5지구는 청소년 공부방을, 6지구는 동네 주민을 위한 사랑방을, 7지구는 허브나 콩나물을 재배할 수 있는 마을 공동작업장과 텃밭을 만들기로 했다. 8지구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공동 작업장 겸 사랑방을 만들어보기로 뜻을 모았고, 9지구는 건물이나 공간을 짓는 대신 골목길 정비와 쉼터 조성 같은 환경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육사모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10지구는 전망 좋은 곳에 마을 카페를 짓기로 했다. 공간이 들어선 곳은 대부분 나대지로 방치되던 자투리땅. 쓰레기가 쌓이는 등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땅이 새롭게 정비된 데다 주민만의 공간이 들어서면서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공동체 운영이 탄력을 받으면서 지구별로 시의 지원과는 별도로 '우리끼리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곳이 골목점빵. 육사모 회원은 산복도로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15년 전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구성해 헌 옷을 고쳐 팔아 얻은 수익금으로 공동 김장을 하는 등 활동을 해왔다. 2011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시작될 즈음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마을기업으로 등록해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골목점빵이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8지구의 할매레스토랑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2011년 동네 할머니를 중심으로 산복도로변 슈퍼마켓 한 곳을 쪼개 작은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는 부정기적으로 문을 열었지만, 현재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마을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산복도로변에는 먹을 곳이 마땅하지 않은 틈새를 노려 손맛 좋은 할머니 2, 3명이 나서 국수나 주먹밥 같은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파는 것이다.

■제2의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꿈꾸며

(사)슬로산복커뮤니티는 지난해 8월 말 창립총회를 연 후 12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지구의 주민협의체 관계자와 산복도로 르네상스 활동가, 계획가 20여 명이 이사로 참여했다. 출범 첫 해 목표는 지구별로 완공된 공간에 내용물을 알차게 채우는 것. 우선 공동 재배장을 운영하고자 하는 7지구에서는 도시농업학교를 운영하고, 공방 운영의 뜻을 내비친 8지구 사랑방에서는 수공예 전문 작가와 함께 비누, 규방, 리본, 냅킨 공예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마을 공동체 모임을 활성화하고, 마을 내부 인적·물적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산복도로 인문·생태투어 안내자 양성과정을 개설하며, 투어를 위한 생태지도도 제작하기로 했다. 또 동구 지역 오케스트라와 손잡고 마을에 기반을 둔 작은 오케스트라 구성을 목표로 음악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맞춰 산복도로와 관련된 영상물을 제작·심사하는 스마트폰 영상제도 구상하고 있다.

슬로산복커뮤니티 정지숙 이사는 "지금까지는 시의 지원이 있었지만, 이제부터 공간 운영은 주민과 슬로산복커뮤니티의 책임 아래 운영비 마련이 관건"이라며 "우선 올해는 정부의 환경문화예술 보급사업에 선정돼 1억4000여만 원을 지원받아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시작인 만큼 주민이 중심이 되는 제대로 된 공동체를 운영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 노후지역 기반시설 개선… 마을 공동체 회복 등 적극 지원

■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 부산시 2020년까지 1500억 투입
- 공공건축물에 '이야기 있는 공간'도

   
부산 서구 산복도로. 국제신문DB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지역 대표 노후지역인 산복도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되살리기 위해 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이다. 시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입해 산복도로 일대 주거지역(중·서·동·부산진·사하·사상구 54개 동)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는 6개 구를 3개 권역, 9개 구역으로 나눠 산복도로 재생 사업에 착수했다. 사업은 크게 ▷도시기반 시설 개선 ▷마을 공동체 회복 ▷골목 경제 회생 기반 마련 ▷스토리텔링형 공공건축 도입 ▷마을재생 제도·조직 기반 구축 등으로 나뉜다.

우선 시는 고지대 도로를 넓히고 불량 계단을 정비하는 등 주민이 드나들기 편리하게 도시기반 시설을 개선했다. 구역별로 소공원, 동네 사랑방, 공동화장실, 버스정류장을 만들어 주민이 모여 쉬고 즐길 공간도 마련했다.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마을마다 주민 교육과 축제 개최 등을 통해 주민이 화합할 기회를 마련했다. 마을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주민 자생단체를 결성, 주민 스스로 꾸려나갈 기반 구축에도 나섰다. (사)슬로산복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밖에 ▷중구커뮤니티문화센터(금수현의 음악살롱) ▷중구노인일자리지원센터(황순원 서재) ▷망양로 조망특화시설(유치환의 우체통) 같은 공공건축물에 지역 역사와 인물 이야기를 더해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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