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의 한 멍게 작업 뗏목장 앞에서 멍게양식 어민이 텅 빈 작업장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고 있다. 박현철 기자

- 이상수온에 폐사·성장둔화
- 출하시즌 불구 텅 빈 작업장
- 품귀현상에 가격 배로 올라
- 수산업계 내년에 대란 우려

6일 통영시 평림동 갈목마을의 한 멍게 작업 뗏목장. 예년 같으면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수하연(멍게를 매단 줄)에서 멍게를 따내느라 분주했을 터지만 이날 작업장은 텅 비어 있었다. 어민 홍성옥(62) 씨는 "지난 여름 고수온에 시달린 데다 이번 겨울엔 저수온 때문에 멍게가 제대로 크지 않아 일손을 아예 놓고 있다"며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남해안 멍게 출하에 비상이 걸렸다.

멍게는 매년 1월 말께부터 빨간 꽃망울을 터트리며 출하가 시작되지만 올 들어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상수온 여파에 따른 폐사와 성장 둔화로 멍게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남해안 멍게양식장은 통영과 거제를 중심으로 227건·793㏊에서 연간 1만5000t의 활 멍게를 출하하고 있다. 전국의 생산량 70%가량을 이곳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올해 생산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멍게수협의 박귀동 이사는 "수온에 민감한 멍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폐사한 데다, 살아 있는 멍게마저 상품성 있는 크기로 성장하지 못해 출하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멍게의 성장에 알맞는 적정 수온은 17~18도다. 하지만 지난 여름 한계 수온인 25도를 훌쩍 넘은 29도까지 올랐고, 이번 겨울에는 5도까지 내려가면서 대부분의 멍게가 스트레스로 성장이 멈춰버렸다.

이 때문에 통영과 거제 등 해안가 곳곳에 마련된 멍게 작업 뗏목장은 일손을 놓은 채 멍게가 성장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통영시 영운리의 한 어민은 "입식한 지 2년째이지만 겨우 1년을 넘긴 크기다. 이대로는 출하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품귀현상에 따라 멍게 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0㎏ 한 상자 가격이 25만 원 선으로 예년보다 배 이상 올랐다. 이마저도 제 때 구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협 관계자는 "올해 품귀 현상에 이어 내년 출하를 앞둔 멍게 종묘(어린 멍게)마저 80%가량 폐사해 내년에는 멍게 대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