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측이 고(故) 최강서씨 시신을 영도조선소 안으로 옮겨 7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협상조건을 놓고 다소 진전된태도를 보였던 노조와 한진중공업이 다시 대립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사측이 해결 의지를 갖고 협상일정을 잡는다면 시신을 정문 앞 빈소로 이동, 안치하겠다'는 유가족의 제안을 회사가 거부했다고 5일 밝혔다.

노조 측은 "사측이 조선소 안에서 농성중인 조합원들이 시신을 들고 조선소 밖으로 나오면 장례문제와 158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 문제를 놓고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해 5일 오후 사측에 공문을 보냈으나 협상 제안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조건 없이 협상에 나오는 게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회사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사태해결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없다"고 말했다.

사측은 금속노조의 협상제안을 거부하지 않았고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맞섰다.

사측은 "무단으로 조선소에 들어온 시위대가 자진 퇴거하고 시신을 영도조선소 밖으로 운구해 안치한다면 곧바로 금속노조와 장례문제는 물론 손배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4년만에 수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소 안에서의 불법 농성은 회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금속노조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회사와의 대화를 통해 고인의 장례를 원만하게 치를 수 있도록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협상일정을 잡으면 시신을 조선소 밖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시신을 조선소 밖으로 옮긴다면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와 사측이 협상조건을 두고 다시 대립하면서 사태해결은 더 멀어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낸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4일 오후 조사단을 영도조선소에 보냈다. 조사단은 영도조선소 정문 앞 농성천막에 들러 구제요청 의견을 들었고 이틀째인 이날도 영도조선소에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