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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린 '전국 집중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공장 안 시위대에 물품 전달을 시도하며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최강서 씨 관 회사 안에 안치
- 노조 닷새째 천막농성 이어가
- 주말 민주노총 조선소 앞 집회
- 진입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도
- 끝내 접점 못찾고 장기화될 땐
- '쌍용차 사태' 악몽 재연될 수도
'회사가 아니라 전쟁터'. 3일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정문은 노사 양측의 극한 대립을 보여주듯 굳게 닫혀 있었다. 조선소 내에는 시신투쟁 중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밖에는 100여 명의 경찰력이 대치하고 있었다. 공장 곳곳에는 구호가 가득하고 플래카드가 넘쳐났다.
■고조되는 긴장감
영도조선소는 이날도 금속노조 측이 5일째 농성을 이어가면서 조선소로서 기능을 되찾지 못했다. 도크는 4년 넘게 신규 수주 물량이 없어 텅 빈지 오래다. 정문 쪽에는 천막이 설치돼 있고, 그 안에 안치한 최강서 씨의 관에 매일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주면서 시신의 훼손을 막고 있다. 고인의 부인 이선화 씨는 공장 진입 당시 입었던 상복 차림으로 남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 씨는 "남편을 편한 곳으로 모시고 싶다. 하루속히 사측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막 주변에는 시너와 쇠파이프가 가득했다. 경찰과 사측이 시신을 강제로 가져가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시신 사수를 위해 30, 40명씩의 경비조도 구성돼 있다. 경비조 외 시위대는 노조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측이 시신 보존을 위한 드라이아이스와 의약품 반입만을 허락한 상황에서 끼니는 공장 밖에서 챙겨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2003년 김주익, 곽재규 집행부 시신시위 당시에도 빈소를 지켰던 박성호 부지회장은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하다. 지금도 사측과 경찰이 우리를 조여오는 것 같아 힘들다"고 말했다. 시위 지도부는 경찰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면 또다시 크레인 위로 올라간다는 초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한진중공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시신 투쟁 이후 출근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 유급 휴직에 들어간 직원들도 시신투쟁이 장기화되면 복귀가 어렵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시위대의 침입에 대비해 본관을 지키고 있다. 사측은 시신을 공장 밖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상무는 "현재 조선소 내부에 있는 50명 가운데 한진중 노조원은 10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부세력인 금속노조원"이라며 "이들이 한진중공업의 앞길을 망치고 있다"며 최강서 씨 관 퇴거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날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영도조선소 서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A(50) 씨 등 11명을 검거,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점거 농성자 중 일부의 이탈이 시작된 것이다. 경찰은 공장 안으로 진입한 시위대에 대해 모든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최 씨의 유족들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되고 있다.
■'제2 쌍용차 사태' 되나
앞서 전국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 2일 오후 영도조선소 앞에서 '한진중 최강서 씨 정신계승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 측은 "회사는 158억 원 손배소를 즉각 취하하고 유족에 대한 사과로 인간적 도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듯했으나 오후 3시30분께 참가자들이 공장 안 시위대에 물품 전달을 요구, 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2시간이 넘도록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영도조선소 정문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고 42개 중대, 2700여 명을 투입했다.
집회는 오후 6시께 경찰이 노조에서 준비한 이불과 생필품 등을 전달할 것을 약속하면서 마무리됐다. 격한 대립에 1명의 연행자가 발생했지만 집회 참가자의 석방 요구에 곧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돌발행동에 대비, 한진중공업 앞 왕복 4차로와 인도를 막으면서 버스 6대가 고립되는 등 주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 "시신 투쟁 그만"…"사측 주장 대변" 勞·勞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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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 천막에 안치된 최강서 씨 관. 금속노조 제공 |
한진중공업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노노 갈등이다. 복수노조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먼저 '시신 투쟁'을 주도하는 측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다. 집회나 농성을 주도하는 측도 이들이다. 하지만 조합원이 다수인 노조는 금속노조 한진중지회가 아니라 새 노조인 한진중공업 노조다. 한진중노조는 지난해 1월 기업별노조로 출범해 3일 현재 전체 조합원(751명) 중 73%가 가입돼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로부터 대표교섭권을 확보한 상태다.
새 노조는 선박수주 성공과 공장정상화를 위해 즉각 농성을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새 노조는 사태 장기화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금속노조가 최강서 씨의 시신을 들고 공장 안으로 진입한 이후 한진중노조는 "금속노조가 주도하고 있는 반인륜적인 조선소 내 시신 투쟁을 즉각 중단하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노사 합심으로 따낸 수주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다수 조합원을 확보한 대표노조인 우리가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복수노조 등장 이후 양 노조는 대립관계를 이어왔고 최강서 씨의 장례문제로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한진중노조는 지난달 금속노조 한진중지회에 손배소 철회 및 장례문제에 대한 사측과의 공동협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지회 측은 "사측 임원이 새 노조 설립에 적극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진정성 없는 노조와는 뜻을 함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는 "회사가 새 노조를 이용해 '농성 때문에 수주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등 한공장에서 한솥밥 먹던 노동자들와 유족들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고 있다"며 "사측이 진심으로 책임을 느낀다면 한진중지회와의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인근 주민·상인 "또 희망버스 때처럼 되나" 걱정 태산
- "교통 등 불편·매출 감소 우려"
- 경찰 "우리도 죽을 맛" 하소연
한진중공업에서 '시신 투쟁'이 시작되면서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리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러다 지난 1차 투쟁 때 희망버스 등으로 인해 겪은 최악의 상황이 다시금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속노조의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2일 경찰이 도로를 막아서면서 시내버스가 발이 묶이자 성난 승객과 집회 참가자 사이에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등 승강이가 일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앞 도로에서 약 5분간 고립됐던 승용차 운전자 김모(36) 씨는 "아이들과 국립해양박물관에 가려고 모처럼 나왔는데 길위에 잡혀 화가 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도를 지나던 박모(여·62) 씨는 "여기저기 시커먼 현수막이 걸리면서 동네 분위기가 초상집 같다"며 "공장 안 시신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희망버스 때처럼 몇 달이고 이러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걱정이 앞섰다. 한 상인은 "불편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상인 처지에서는 매출이 줄어 더 걱정이다. 아예 가게 문을 열지도 못했던 희망버스 때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매출이 한참 줄었다. 매번 이런 식이면 어떻게 먹고사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비를 위해 경찰버스가 진을 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 황모(53) 씨는 "버스 수십 대가 하루 종일 시동을 켜고 있다. 정수기와 무전기 충전 때문이라는데, 매연도 심하고 소음도 발생하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노사 양측이 극한 대립을 하자 경찰의 하소연도 만만찮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의 입장은 공감하나 노조나 사측이 아닌 경찰에 모든 불편을 털어놓으니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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