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 지자체 차원 대책 마련 시급"
부산 북구 만덕동에 사는 정윤자(여·63) 씨는 손자(3)를 깨워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 내내 집안일에 매달린 뒤 오후부터 밤까지 손자와 놀아주는데 집중해야 한다. 최근엔 관절염으로 걷기 힘들어졌지만 병원에도 갈 수 없어 끙끙 앓고 있다. 정 씨는 "직장생활 하는 딸(33) 대신 2년전부터 손주를 봐주고 있는데 내 생활이 전혀 없다. '남의 손에 맡기느니'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돌보미를 부르라고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자녀가 안쓰러워 손주를 떠맡는 '황혼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 처음 조부모 양육실태 조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하 여성개발원)은 처음으로 '맞벌이부부 조부모 양육 실태조사' 연구를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연구는 맞벌이가구 중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를 돌봐주는 가정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양육 실태를 파악하고 애로사항과 과제를 발굴하려는 목적에서 시도된다. 연구결과는 7월께 나올 예정이다.
시와 여성개발원이 '황혼육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조부모 양육 가정이 급증하면서 ▷양육을 둘러싼 세대 갈등 ▷조부모 삶의 질 저하 ▷조부모 건강 악화 등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부모들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채 손자손녀를 떠맡으면서 체계적인 보육이 어려운데다 조부모의 삶의 질 하락까지 초래해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황혼육아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거나 지원하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여성개발원 파악 결과, 조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육아 교육은 시보육지원센터가 지난해 개설한 '조부모 손자·녀 교육 프로그램'이 유일하고, 시가 매년 '다자녀가정의 날'에 모범 조부모 10명씩을 선정해 격려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히 황혼육아 문제가 '출산' 및 '노인'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보니 전담부서가 불분명한 것도 대책 마련에 소홀한 이유로 꼽힌다.
여성개발원 관계자는 "조부모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라도 지자체 차원의 조부모 육아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맞춤형 놀이시설 운영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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