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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재발견 <5> 부산 용호마을 사랑방 '소풍'

재능 배우고 익히고 유쾌한 수다가 있는 아줌마들의 '아지트'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13-01-30 19:16:4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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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마을 사랑방 '소풍' 회원들이 지난 29일 사랑방에서 목공예 수업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주민에 의한

- 십시일반 회비 모아 사랑방 구해
- 책장 등 필요한 물품도 직접 제작

# 주민을 위한

- 목공예 요리 신문읽기 빛그림 등
-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활발히 운영

# 주민의 공간

- 향후 성별·나이 불문 모두에 개방
- 갈고닦은 재능 이웃에 기부계획도

부산 남구 용호동은 수수한 옛 동네 모습과 고급 아파트가 하늘을 찌르는 화려한 모습을 둘 다 가진 특색있는 지역이다. 1950년대 피란민 이주지였던 까닭에 1970·80년대 옛 동네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LG메트로시티 같은 고급 아파트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외부 주민 유입이 꾸준히 늘긴 했지만, 동네 주민 상당수가 1950년대부터 삶의 터전을 지켜온 토박이이기도 하다. 용호마을 사랑방 '소풍'은 용호동 토박이들과 다른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찾아 들어온 주민이 어울리며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민이 가꾼 마을사랑방

남구 용호동 주민 이미정(여·42) 씨는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최근 용호마을 사랑방 '소풍' 사무국장이란 직함을 갖게 됐다. 이 씨는 지난해 부산시 '커뮤니티 뉴딜 사업' 일환인 마을활동가 교육을 6개월간 받고 용호동 마을공동체 소풍 결성에 앞장섰다. 그는 "용호동하면 고급 아파트단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좁은 도로 사이 빌라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평범한 동네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불편한 점이 많다"며 "우리 동네를 살기 좋게 가꾸고자 뜻이 같은 엄마들끼리 모여 마을공동체를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뜻은 모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에 부산여성회 산하 연제여성회가 운영하는 '연제어울마당 소풍' 이정은(여·42)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국장은 "뜻을 모은 엄마들이 부산여성회 산하 남구여성회 회원들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부산여성회로 도움을 요청해 지역 대표 마을활동가인 이 대표를 영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함께 소풍에 참여할 인원을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것이 2011년 초. 뜻을 모아준 회원 50여 명과 후원회원 10여 명이 십시일반 회비를 모았고, 여기에 부산시 자금 지원을 더해 지하1층 330㎡ 남짓한 작은 사랑방을 구했다. 회원들은 본인들이 쓸 사랑방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다 사회적기업 마무새공방 전문 강사를 초빙해 목공예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사랑방을 무엇으로 채울지 논의한 끝에 주민 교육공간, 어린이를 위한 복층 놀이터, 오픈 부엌 등을 구상하고 여기에 쓰일 식탁, 의자, 책상, 책장 등은 목공예 강사 도움을 받아 회원들이 직접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원들이 숟가락, 밥솥, 주전자, 책 등 필요한 것을 가져왔고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아늑한 사랑방이 탄생했다.

지난해 12월 사랑방 개소 이후 주민과 회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대폭 늘었고 소모임도 활성화됐다. 여행, 요리, 놀토, 기타, 신문읽기, 유아놀이, 빛그림 등 다양한 주제별 소모임이 구성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 목공예수업, 마을영화관 같은 주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늘었다. 올해는 회원들이 함께 마을의 모습을 직접 찾아나서는 '미디어수업(사진전)'을 기획하고 있다.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공간

용호마을사랑방의 주인은 '주민'이다. 마을공동체의 기둥 역할을 하는 마을활동가도 용호동 이웃사촌이고, 매일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하는 열혈 회원들도 옆집 동생, 언니이다. 사랑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수업과 프로그램은 회원들이 의견을 맞춰 기획하고 진행해 스스로 일궈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째, 끌어주는 마을활동가와 밀어주는 주민이 손뼉이 착착 맞으니 열기가 남다를 만하다.

여행소모임 반장을 맡고 있는 권지영(여·43) 씨는 "집에서 평범한 주부들이 용호마을사랑방에선 각자 역할을 맡아 서로 주고받는 '가치있는 존재'란 느낌이 든다"며 "평소 내가 갖고 있는 재주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이웃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며 삶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흥분했다. 그는 또 "용호마을사랑방 입소문이 퍼지면서 동네 이웃사촌이 '사랑방에 가면 뭘 하는데?'라며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어 회원이 금세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호마을사랑방은 여성 회원이 주축이 되어 있지만 향후 남편,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 등 다양한 연령대 회원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을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늘 사랑방 문을 열어놓고 주민들이 맞이하며, 매월 '영화 마실' 등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회원들이 갈고닦은 재능을 이웃에 기부할 계획도 세웠다. 목공예 기술을 배운 회원들은 마을 가게마다 간판을 달아주기 위해 간판제작 사업을 시작하며, 마을쉼터의 낡은 평상도 새로 만들어줄 예정이다. 요리소모임은 반찬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동네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이정은 대표는 "용호마을사랑방은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결성하고 모든 과정을 직접 기획, 진행하며 주민 자치 능력을 습득했다는 데 굉장한 경쟁력이 있다"며 "주민센터나 관변단체도 마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그곳에선 주거나 받는데 익숙한 관계가 형성될 뿐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마을을 만들어나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마을활동가로 용호마을사랑방에 참여하고 있지만 조만간 주민이 마을공동체 리더가 되어 스스로 꾸려나가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며, 용호동 일대가 새롭게 변모하는 촉매제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주민 열의에 감탄 용호동으로 활동 옮겨…이웃들 삶의 변화보며 보람"

- 사랑방 '소풍' 이정은 대표

   
부산 용호마을사랑방 '소풍' 이정은(여·42·사진) 대표는 지역 대표 마을공동체 '연제 어울마당'을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2006년 부산여성회 소속 연제여성회를 직접 조직하고 마을공동체 연제 어울마당을 결성, 운영하며 지역 대표 마을활동가로 자리매김했다.

"전업주부로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살다보니 점점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더군요. 그러던 찰나 부산여성회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됐고, 이후 우리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마을공동체 결성을 시작하게 됐어요."

연제 어울마당은 회원 130여 명이 스스로 주민리더교육,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 노인대학, 마을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마을공동체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와 자녀 간 돈독한 관계 형성과 교육으로 호평받는 육아공동체 '토곡 좋은아빠모임'도 연제 어울마당에 포함되어 있다.

연제구 주민 이 씨를 남구 용호동까지 이끈 것은 '주민'들의 열의였다.

"연제 어울마당의 성공을 지켜본 남구여성회에서 용호동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계속 문의를 해왔어요. 낯선 동네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쉽겠냐마는 용호동 어머니들의 열의가 대단해 고민 끝에 활동 터전을 옮기게 됐죠."

평범한 주부였던 이 씨가 성공한 마을활동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엔 아이들과 함께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는데 점점 엄마들의 힘이 모여 동네를 바꾸고 이웃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모습을 보며 사회 변화의 방법을 깨달은 것 같아요. 느끼는 보람의 크기도 점점 커져가고요. 앞으로도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위해 지역 곳곳을 누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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