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이 25일 울산 자매 살인사건의 범인 김홍일에게 사형을 선고하자 피해자 어머니가 법원 입구 바닥에 앉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법리주의적 해석 치중 대신
- 피고 죄질·수감태도 등 반영
- 유사범죄 판결에 영향 클 듯

25일 법원이 울산에서 자매를 살해한 김홍일(25)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은 반인륜적 범죄의 확산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는 법원이 최근 유사 범죄에 대한 선고에서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과 다소 괴리된 판결을 내렸던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앞으로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전의 정이 없다"

울산지법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의 범행동기와 수법뿐 아니라 구치소에서의 가족 접견기록, 수감생활 태도까지 꼼꼼하게 지적하면서 양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피고 김홍일의 범죄행위 정도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개전의 정'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비중을 두고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은 범행 후 지난해 9월 13일 부산 기장군 함박산에서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무려 55일 동안 도주생활을 했다. 이는 자수의사가 전혀 없었고 범행에 대한 죄의식도 희박했다고 볼 수 있다.

구속수감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비정상적인 언행으로 피해자 가족과 시민의 분노를 샀다. 김은 구치소에서 자신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했다고 다른 수감자에게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김이 스스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인 것처럼 행세해 이를 재판에 참작게 하려는 의도된 행동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런 과정과 행동들이 김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는 데 무게를 더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 법 감정 반영

비록 1심 판결이지만, 남은 재판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유사 범죄의 선고나 구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최근 반인륜적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선고에서 일반인의 예상에 못 미치는 판결로 불신을 초래했다.

사형이 구형됐으나 지난 18일 2심에서조차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낮춰진 경남 통영 여자 초등학생 살해사건(김점덕 사건), 1심 사형 선고에서 최종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지난 16일 대법원의 오원춘 사건(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 판결 등은 법원이 법리주의적 해석에 치우쳐 국민의 법 감정이나 재발방지 차원의 경종성 판결을 외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진행될 통영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지난 10일 사형이 구형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고종석 사건), 부산 덕포동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김길태 사건) 등의 상급심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피고의 죄질이나 수감태도, 국민의 법 감정까지 다양하게 반영해 내린 결과로 해석되는 만큼 나머지 유사 사건도 더 엄중한 선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법부는 국민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해 판결 전후의 여론을 청취하고, 그 반향에 따라 유사 사건의 재판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