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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재발견 <2> 경남 양산시 서창동 '희망웅상'

상당수가 다문화가정… 편견 버리고 '공감'하니 '희망' 꽃피다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13-01-09 19:57:0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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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남 양산시 서창동 다문화레스토랑 '공감'에서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은 희망웅상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마련한 일터다. 이민용 기자
- 급격한 도시화·계층 갈등 속 태동
- 자원봉사자 등 300여 명 '한식구'

- 예비사회적기업 레스토랑 '공감'
- 이주여성 자활·인식개선에 도움

- 아동·청소년 결연 '희망산타' 등
- 고정 프로그램들 이웃나눔 실천

경남 양산시 서창동 서창시장 골목 한 쪽에 자리잡은 조그만 3층 건물. 양산 웅상지역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희망웅상'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지난 8일 이곳 사무실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새해를 맞아 인사차 온 방문객과 새해계획을 위한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구성원도 다양하다. 내·외국인 노동자에서부터 결혼이주 여성,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들, 자원봉사자들까지 그야말로 글로벌 공동체 사무실이다.

■희망웅상의 태동

희망웅상이 출범한 것은 지역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웅상지역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농 형태의 소도읍이었다. 부산 울산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구 10만 명에 육박하는 위성도시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도시화는 이 지역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를 삭막한 아파트 문화로 변화시켰다. 특히 대도시에 있던 공장들이 줄줄이 들어오면서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로 인해 계층 간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실제 웅상지역의 다문화가정은 양산지역 전체(900여 가정)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웅상지역에 새로운 공동체 운동이 일어났다. 노동자, 여성, 청소년,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하던 자원봉사자들이 건전한 공동체 문화를 일궈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해 희망웅상을 출범시켰다. 2007년 출범 당시에는 20여 명이 참여해 첫걸음을 내디뎠으나 지금은 300여 명의 봉사·후원자들로 불어났다. 희망웅상이 운영하는 각종 공동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역주민을 포함하면 전체 구성원은 수 천명에 이른다.

출범 다음 해인 2008년 희망웅상은 사단법인화를 통해 외형을 갖추는 등 지역의 대표적인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기업 운영에서부터 다문화교육, 저소득층 자원봉사, 취미활동인 영화보기 모임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 '공감'

희망웅상은 각종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 무료 법률상담, 노동법 상담, 소외계층 지원 등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공동체 사업은 다문화 레스토랑 '공감'이다.

서창시장에 있는 이 식당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립·자활을 위한 일터로 출발했다. 식당 이름도 '공감(共感)', 다문화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이 곳에는 한국인 4명과 중국 베트남 필리핀 결혼이주 여성 1명씩 모두 7명이 일하고 있다. 한식뿐 아니라 이주여성들이 그리워 하는 모국의 대표 음식을 만들어 판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결혼이주여성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고 아는 이도 없어 답답했다"며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정에 경제적인 보탬이 될 수 있어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공감'은 사회적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9년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이어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수백 가지 요리를 만들어 보고 평가받아가면서 만든 노력의 결실이었다. 또 '공감'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다문화가정을 알리는 데도 일조를 하고 있다. 매장에 국가별 생활물품을 전시해 다문화 인식 개선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다문화봉사단을 꾸려 어르신들에게 다문화음식을 대접하고, 이주여성·노동자 돕기 등의 지원활동을 펼친다.

■희망산타

   
희망산타는 지역 내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동과 청소년을 발굴해 고교졸업 때까지 각종 지원과 상담을 해준다. 희망산타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웅상 제공
다문화 레스토랑이 경제적 공동체를 지향했다면 '희망산타'는 나눔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업이다. 희망산타는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동과 청소년을 발굴해 고교 졸업 때까지 온전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200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8개 가정이 4년째 희망산타의 도움을 받고 있다. 9개 가정은 반찬 지원, 6개 가정은 외부와의 결연 지원을 받고 있다.

희망산타 활동은 기존 복지단체들의 지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성탄절을 맞아 불우이웃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 희망산타는 지역의 아동·청소년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립·자활 지원활동을 꾸준하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희망산타의 자원봉사자 15명은 매월 또는 매주 단위로 가정방문과 상담, 진학지도 등의 일을 도맡고 있다.

희망산타는 '깜짝 활동'도 벌인다. 매년 성탄절에 지역 동사무소와 학교·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가정을 찾아가 선물을 전달한다. 말 그대로 산타활동인 셈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70여 명의 회원과 가족들이 산타로 분장한 뒤 43개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밖에 희망웅상의 프로그램으로 '좋은 영화보기'를 빼놓을 수 없다. 건강한 주민동아리 활동의 하나로 시작된 영화보기 모임은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 프로그램이다.

매월 둘째·넷째 주 목요일 '희망웅상'사무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DVD 영화를 감상하는 자리를 만들고, 추천영화 감상회도 마련한다.

희망웅상 전홍표 상임이사는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또 마을 주민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공동체"라며 "희망웅상은 큰 것을 나누는 것보다 작은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며 지역의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이보은 사무국장

   

- "소외된 이웃을 향한 배려·소통이 첫걸음 "

- 자원활동·후원 덕 큰 성과 내

- 수익구조 자립지원체계 절실


"자원활동가 여러분의 땀과 지역사회 후원자들의 정성이 '희망웅상'을 이끄는 두 바퀴입니다."

지난 8일 만난 희망웅상 이보은(42·사진) 사무국장은 새로운 공동체 운동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출범 5년 만에 희망웅상의 참여 주민 수가 10배 이상 늘어나면서 희망웅상 활동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며 "특히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건전한 공동체를 열망했던 '소수'의 노력이 지역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넘쳤다.

외형적으로 주민 호응도가 높아지고 사업영역이 확대됐지만, 어려움도 많다. 이 사무국장은 "다문화 레스토랑의 경영이 쉽지 않아 고민스럽다"면서 "단체도시락 사업 등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있으나 매출이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주여성들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사업 위탁 등 자립지원체계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국장은 "건전한 공동체의 첫걸음은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와 소통하는 문화 정착"이라며 "물질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지역민들이 어려운 이웃과 이주노동자·여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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