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검진과 의학기술 발달로 암 환자의생존율이 날로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암에 걸려 치료받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 약 50명 가운데 1명은 암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으로, 암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암환자 5년 생존율 5년전보다 10%p 높아져 = 27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6~2010년 암에 걸린 사람이 최초 암 진단 이후 5년 이상 살아있을 확률(5년 생존율)은 64.1%로 분석됐다.

이는 5년 전(2001~2005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53.7%)과 비교해 10.4%p 높은 수준이고, '암정복 10개년계획'이 시작되기 전인 1993~1995년(41.2%)보다는 무려 22.9%p나 뛴 것이다.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최근 가장 많이 발생하고, 다른 암에 비해 5년 생존율이 99.8%로 월등히 높은 갑상선암을 제외한 경우에도 5년 생존율은 57.9%에 달했다. 갑상선암 이외 ▲유방암 91.0% ▲전립선암 90.2% ▲대장암 72.6% ▲위암 67.0% 등의 생존율도 높은 반면, ▲췌장암 8.0% ▲폐암 19.7% ▲간암 26.7% 등은 저조했다. 성별로는 여성의 5년 생존율(73.3%)이 남성(55.4%)을 크게 웃돌았다.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갑상선·유방·자궁경부암의 생존율이 80~90%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미국(65.4%), 캐나다(62%), 일본(54.3%)과 비교해도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64.1%)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위·간·자궁경부·대장암 등의 생존율은 뚜렷하게 다른 세 나라를 앞섰다.

이번 발표에서 처음 공개된 암 환자(2001~2005년)의 10년 생존율은 49.4%로 나타났다.

5년 생존율과 마찬가지로 과거 1996~2000년(40.6%), 1993~1995년(38.1%) 기간에 암에 걸린 환자보다 생존율이 8.8%p, 11.3%p씩 큰 폭으로 높아졌다.

암 발생률과 함께 암 생존율도 함께 오르면서 1999년~2010년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2011년 1월 1일 현재 살아있는 암 환자 수(암 유병자 수)는 96만65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영주 중앙암등록사업부 부장은 "10년 생존율 보다는 5년 생존율이 임상적으로 더 의미가 있다"며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은 치료기술이 발달하는데다 건강검진 대중화로 조기 발견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암도 만성질환..체계적 관리로 2차 암 발병 막는데 주력해야" = '암 환자 100만명 시대'를 코 앞에 두고 암에 대한 인식 전환과 체계적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년이상, 10년이상 생존하는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만큼 단순히 암을 고치는 행위 뿐 아니라 암 환자 삶 전반의 '질'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암으로 위를 잘라냈다면 영양관리와 재활이 반드시 필요하고, 유방과 함께 임파선을 절제하면 팔의 부종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배변 주머니를 사용하는 대장암 수술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개인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영양 공급이나 소독 등의 관리가 계속 필요한 암 환자를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관리하는 '재가 암 관리 사업' 확대 등이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암 환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재발'이나 다른 암의 추가 발병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한 경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2차 암 발병의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것도 사실이므로 이들에 대한 추가 관리가 꼭 필요하다"며 "한 번 걸린 암 뿐 아니라 다른 암 가능성에도 유의해 정기검진을 더 꼼꼼히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제 암도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과 다를 게 없고,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암에 걸렸다고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는 등의 현실은 암 환자 100만명 시대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