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군 내년 男 수혜율 상향
- 연제·중구는 女 수혜율 올려
- 실질적 성평등 저해 목소리
- "무조건 성별 균형은 역차별"
내년 회계연도부터 '성(性)인지예산(예산편성에 성평등성 지향)' 제도가 시행되지만 일부 구·군이 취업취약 계층 여성의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 기회를 오히려 축소하는 등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군 담당자 간 성평등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본지가 기장군의 2013년 성인지예산서를 살펴보니 군은 공공근로사업(저소득 취약계층의 생계지원 및 일자리 마련 사업)의 올해 성별 수혜자가 여성 62%, 남성 38%로 여성이 많아 내년에는 남성 수혜율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기초자치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연제구는 올해 공공근로사업 수혜자가 여성 58%, 남성 42%였으나 사업 내용이 환경정비·화장실 청소 등 섬세함을 요구하는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많아 내년 여성 수혜율을 59%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장군은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의 올해 여성 수혜자가 58%인데 비해 남성이 42%로 적었다며 남성 수혜율을 내년에 50%까지 올리겠다고 계획했다. 해운대구도 올해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의 수혜자가 남성(37%)이 여성(63%)보다 적어 내년에는 남성 참가율을 38%로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중구는 올해 여성 수혜자가 56%(남성 44%)였으나 내년에는 여성 가장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여성 수혜자를 57%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취업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활근로사업이나 해안환경정비 등 다른 공공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구·군에 따라 같은 상황에 대해 성별 목표가 다른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나 통계적 성별 균형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실질적 성평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민간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공공일자리에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영구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활근로사업의 대상자가 여성 72%, 남성 28%로 여성이 경제적으로 남성보다 취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별 균형을 달성하겠다며 남성의 수혜율을 높였다가는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홍미영 성평등연구부장은 "같은 저소득층이라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일자리에 취약하다. 예산 집행의 대상이 되는 모집단의 비율을 따져 목표를 정하지 않고 여성·남성 수혜율을 50대 50으로 설정한다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