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사건 당일 119 신고 확인
지난달 친엄마가 36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창원 주남저수지에 유기한 사건(본지 지난 1일 자 6면 등 보도)은 친엄마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지인 부부가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엄마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린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창원지검 형사2부(부장 변창범)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이 사건을 추가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숨진 박모 군의 엄마 최모(37) 씨, 그의 지인 서모(39) 정모(여·42) 씨 부부 등 3명을 이날 구속기소했다. 최 씨와 서 씨는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이고, 정 씨에게는 시신 유기를 도운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3시50분께 창원시 진해구의 서 씨 부부 집에서 박 군이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서 씨와 함께 박 군을 마구 폭행해 아이의 머리 부분이 거실 바닥에 부딪쳐 숨지게 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엉겁결에 119에 신고, 아들을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아들이 곧 숨지자 다시 전화를 걸어 신고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들 3명은 이날 오후 9시께 서 씨의 승용차에 아이 사체를 싣고 경남 밀양으로 이동, 큰 가방에 돌과 함께 사체를 넣은 뒤 밤 10시께 주남저수지에 가서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경찰은 최 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4시께 창원 진해루 공원의 화장실에서 아들을 마구 때려 살해한 뒤 준비한 검은색 가방에 사체를 넣어 주남저수지에 버린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서 씨 부부는 최 씨를 주남저수지까지 승용차로 태워줬을 뿐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낮 시간에 살해가 쉽지 않은 데다 목격자가 없었다는 데 의문을 품었다. 또 사체유기 경로 등을 감안할 때 단독 범행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재수사를 진행해 사건 당일 최 씨의 119 신고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119 녹음파일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당시 정 씨가 함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검찰이 이를 추궁하자 서 씨 부부는 "우발적인 폭행 끝에 박 군이 숨졌고, 모든 살인 혐의를 최 씨의 단독 범행으로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결국 이 사건을 최 씨의 고의 단독 범행이 아닌 공범에 의한 우발적 범행으로 규정했고, 최 씨에게 적용됐던 살인 혐의 등은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로 바뀌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씨는 지난 9월부터 이들 부부의 집에 박 군과 함께 얹혀 살았다. 그런데 박 군이 자주 울고 떼를 쓰는 데다 먹은 음식을 자주 토한다는 이유로 서 씨와 함께 수시로 폭행을 했다"면서 "최 씨가 단독 범행이라고 밝힌 것은 수개월간 이들 부부 집에 얹혀 산 미안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 살던 최 씨는 남편과의 가정불화로 박 군을 데리고 집을 나와 서 씨 부부 집에서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