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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산복도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붕정'. |
- 서울 출신 건축가 리모델링
- 부산항 등 일대 전망 한눈에
- 게스트하우스 타운 조성되면
- "충분히 승산·부산 명소될 듯"
부산 동구 망양로(산복도로)에서 민주공원 쪽의 산자락을 보면 노란색감의 2층 양옥집이 눈에 띈다. 장식용 은빛 난간도 특이하다. 뭘까? 카페 혹은 커피숍? 잔뜩 궁금증을 안고 다가가 확인해 보니 한 건축가의 집이다. 범상치 않다는 생각도 잠시, 가죽조끼를 걸친 반백의 신사가 문을 열고 응대한다. 김복래(54) 씨다. 서울에서 건축가로 일하는데, 친구 소개로 지난 6월 산복도로를 구경하다 '필'이 꽂혀 자기 식대로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보세요. 전망이 기막히잖아요. 부산항이 한눈에 보여요. 아침에는 침실에서 해 뜨는 것도 봐요. 서울엔 이런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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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을 리모델링한 건축가 김복래 씨.
김 씨는 "전망이 매우 좋아 아예 눌러앉아 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창희 선임기자 |
리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김 씨는 '눌러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친구들이 맞장구를 쳐주자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주변의 산복도로 마을과 주민들도 만날수록 정이 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흡사 카페다. 거실 통유리로 부산항의 전망을 오롯이 끌어들이고, 거실 탁자를 산뜻한 카페처럼 배치했다. 탁자, 의자, 옷걸이, 책꽂이, 책장 하나하나가 설치 예술 같다. 서재 문짝엔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의 지브라(ZEBRA) 그림을 갖다 붙였다. 화장실에도 디자인적 감각을 발휘했다. 주방, 비품, 소품 어느 것 하나도 단순한 것이 없다. 2층에는 침실을 배치했고 옥상은 전망대로 꾸몄다. 자신이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올리고 내리기 위해 별도의 리프트도 설치했다.
"이 집의 콘셉트요? 빈티지 & 하이테크예요. 외관과 천장은 그대로 살렸고, 주방과 식탁, 화장실 등은 하이테크로 고쳤죠. 조금만 생각하고 머리를 쓰면 이처럼 창조적 건축이 가능해집니다. 이곳 산복도로는 멋진 전망 덕분에 이런 작업이 더욱 용이하죠."
최근엔 집 이름을 지었는데, 그것이 '유붕정(遊朋亭)'이다. 친구들을 불러 함께 노는 집이란 뜻이란다. 소문이 나면서 얼마 전엔 부산시 창조도시본부 김형균 본부장과 부산발전연구원 이언오 원장, 정영석 동구청장이 이곳을 다녀갔다. 이들이 유붕정에서 공통적으로 본 것은 산복도로의 창조적 희망 조짐. 이언오 원장은 "산복도로에 있는 낡은 가옥을 이런 형태로 몇 채만 리모델링 한다면 분위기가 확 바뀔 것 같다"면서 "유붕정은 산복도로의 희망 노래"라고 말했다.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과 희망을 나누자 주목되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유붕정 일대의 옴팍한 산복도로 마을을 재개발 차원에서 아예 '게스트하우스 타운'으로 만드는 안이다. 동구청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럴듯한 안이죠. 주민 동의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지만, 입지와 전망이 좋고 집값도 별로 비싸지 않아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잘 하면 산복도로의 명소가 될 겁니다."
김 씨는 '게스트하우스 타운'이 들어서면 산복도로 일대가 문화타운으로 변모하고, 새로운 관광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빈티지 & 하이테크' 재생 콘셉트와도 부합해 도시재생의 희망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붕정을 리모델링하는 데 든 비용은 건물 매입비 1억 원을 포함, 약 2억5000만~3억 원. 독특한 실내장식과 외관에 비하면 생각보다 크지 않은 비용이다.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가급적 있는 것을 그냥 쓰고, 창의적·실용적 사고로 리모델링한 결과로 보인다.
듣고 보니, '유붕정'은 산복도로의 '희망 카페'였다.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