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부산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150㎡이상 식당·술집 업주들
- 과태료보다 손님 끊길까 고민
- 흡연실 설치 공사비도 부담

정부가 술집을 포함해 음식점에서도 흡연을 금지했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었다. 일부 음식점 업주와 흡연자들은 이를 과도한 규제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9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50㎡ 이상 규모의 식당과 술집·커피전문점 등이 금연 구역이다. 내년 6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후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금연구역 표시나 안내를 하지 않은 음식점 업주는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음식점에서 밀폐된 흡연실을 따로 두면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부산시내 상가 밀집지역을 확인한 결과 정부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거의 없었다. 이날 오후 7시 부산진구 부전동 유흥가 일대에는 금연 중인 술집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한 유흥업소의 업주 박모(여·52) 씨는 "유흥가에서 손님이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하면 사실상 장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상 흡연이 안 되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 씨는 "과태료보다 손님이 끊기면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금연 안내를 하는 음식점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날 오후 6시 북구 덕천동에서도 손님들이 흡연 중인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음식점 주인들은 "금연 지침을 알고 있지만 다른 가게에서 흡연을 허용하면 우리도 생존 차원에서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흡연실을 설치해야 하는 것에도 불만이 많다. 흡연실을 따로 만들려면 공사비가 들어가고 그 기간에 장사를 못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흡연자인 김강원(28·사상구 주례동) 씨는 "정부에서 담배를 팔아 놓고 실현 불가능한 금연정책만 남발하는 것은 흡연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반면 비흡연자인 정모(여·23·북구 덕천동) 씨는 "음식점이나 술집에 가면 옆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워 냄새 때문에 곤혹스럽다"며 현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정부는 오는 2014년부터 100㎡ 이상 음식점으로 확대한 뒤 2015년부터는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등 규제 방안을 확대 시행할 방침이어서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