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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석방된 삼호드림호 선원(당시 기관장) 정현권 씨가 4일 부산대병원 앞에서 근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 끔찍한 기억 보상대책 없어
- 육체적·정신적 치료 못하고
- 생계 걱정에 재승선 다반사
- 가족 해체 아픔 겪은 이도
"더 끔찍한 것은 돈이 없어 굶어 죽는 것이다. 결국 가족을 위해 배를 타야 했다."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다가 풀려난 선원들이 생계 때문에 치료도 중단하고 또다시 바다를 찾는 일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10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던 '골든 노리호' 선장 한모(58) 씨는 2년 전부터 다시 배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 하고 가족 생계를 생각하면 바다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 씨 부인은 4일 "지금 외국에 있는 남편이 다시 배를 탈 때는 피랍 당시의 기억에 힘들어 했지만 스스로 조금씩 이겨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정부의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갑판장 김두찬(62) 씨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선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치료비와 보상금 일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7월부터 연근해를 오가는 기름배를 타고 있다. 그는 한때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도왔지만 이마저도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접고, 결국 벼랑 끝에서 스스로 배에 다시 올라탄 것이다.
김 씨는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배를 타는 것뿐인데 어쩌겠나. 선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밀린 월급도 못 받고 어떻게든 살려면 다시 배를 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일 때 하선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뱃일'을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선원 중에는 가족도 해체되고 사람 사는 꼴이 말이 아닌 이도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여전히 5600여 발의 총알이 빗발치던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의 기억으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다. 바다에서 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바다는 여전히 삶의 터전이다.
지난 2010년 11월 피랍 217일 만에 석방된 삼호드림호 기관장 정현권(64) 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7월까지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정 씨는 혼자 살면서 그동안 모아둔 돈과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 씨는 선사 측이 퇴직금과 생명수당 명목으로 위로금을 준 당시 더는 도의적으로나 형사적으로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전국선박관리선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선주보험은 선주가 먼저 선원들에게 보상을 하면 보험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인데, 삼호선사의 경우에는 이를 수행할 회사가 없어 피랍됐던 선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