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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582일 만에 풀려난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MT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3일 오전 케냐 몸바사에 무사히 도착, 외교통상부 신속대응팀과 주케냐 대사관이 마련한 차량에 탑승해 있다. 왼쪽부터 선장 박현열, 기관장 김형언, 항해사 이건일, 기관사 이상훈 씨. 연합뉴스 |
- 가족 "의료비 걱정… 지원을"
- 선사측 "선원법 준해 지급"
- 정부 "별도 보상 없다" 방침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582일 만에 풀려난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MT GEMINI)' 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3일 오전 8시5분께(현지시각) 케냐 몸바사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청해부대의 강감찬함에 승선, 이틀 남짓 만인 이날 케냐 땅을 밟았다.
제미니호 선장 박현열 씨와 기관장 김형언 씨, 항해사 이건일 씨, 기관사 이상훈 씨 등은 장기간 피랍 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꿈에도 그리던 한국 땅을 곧 밟는다는 생각에 밝은 표정이었다.
몸바사에 도착한 이들 선원은 "우선 쉬고 싶다"며 "가족들 생각과 회사를 믿어달란 선사 담당자의 격려에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준 정부와 선사, 그리고 살아 돌아갈 희망을 준 가족에 감사드린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귀국을 손꼽아 기다리는 가족들은 오랜 피랍생활로 건강이 나빠진 선원들에 대한 정부와 선사의 의료 지원을 놓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제미니호 선원 가족들은 오는 5일 선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에도 정부와 선사 측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의료 및 생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항해사 이건일 씨의 부인 김정숙 씨는 "582일 동안 해적들 밑에서 악몽 같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 몸도 상하고 심리적으로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며 "지속해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선사 등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미니호 선원송출을 담당했던 A선박 측은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선원들이 충분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 조선헌 해무이사는 "아직 선원들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 수 없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 선원법에 따라 이들에 대한 보상과 월급 등은 적법하게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피랍 후 석방된 선원에 대한 지원 규정이 없어 별도의 보상은 없다는 방침이다.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 측은 "피랍 선원들의 석방은 우리가 담당하지만, 선원들에 대한 관리 및 지원은 국토해양부에서 한다"며 책임을 미뤘다. 국토해양부 선원정책과 역시 선원들에 대한 선사 측의 임금지급 등 근로감독 차원의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제미니호 선주는 피랍 중 월급의 2배 지급 규정도 충실히 이행하는 등 귀국 후에도 치료비 등 차질없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06년 이래 한국인 선원 피랍 사건이 9건이나 발생한 만큼 정부도 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외국에 조업을 나가는 한 선원은 "해적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제야 선원대피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안일한 자세를 보여왔다"며 "이번과 같은 사고를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시설 완비 및 교육을 소홀히 한 정부 역시 책임을 지고 피랍 선원에 대한 보상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