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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서 짐승처럼 지내…태극기 본 순간 살았단 생각에 뭉클"

선원들이 전한 피랍생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2-02 22:05:59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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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던 'MT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지난 1일 오후 석방돼 청해부대 강감찬함에 승선한 후 승조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빗물 받아 벌레 걸러내 마셔
- 페트병에 물 담아 몸만 닦아
- 운동 못 해 모두 10㎏씩 빠져
- 2명씩 나눠져 감시받아 불안
- 가족들에게 협박 전화 고통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582일 만에 석방된 '제미니(MT GEMINI)'호의 박현열 선장은 2일 "해적에 감금돼 있던 그동안 우리에서 짐승처럼 지냈다"고 피랍 이후 비참했던 생활상을 전했다.

박 선장은 청해부대 강감찬호를 타고 이동 중인 위성전화 통화에서 "빗물을 받아먹으면서 실지렁이와 올챙이, 애벌레가 떠다니는 것을 러닝셔츠로 걸러내면서 생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감금된 선원들과 짐승과의 차이가 있다면 화장실을 이용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목욕은 엄두를 낼 수조차 없었다. 그는 "페트병에 물을 담아 작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잠을 청하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소개했다.

박 선장은 "오랜 감금 생활로 운동을 전혀 할 수가 없어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체중도 4명 모두 10㎏ 정도 빠졌다"고 전했다. 선원들은 다행히 강감찬함에서 X-선 신체검사를 한 결과 체력 저하 및 체중 감소는 있었지만 건강상에 큰 이상은 없는 상태로 나왔다.

해적들은 지난해 11월 29일 박 선장을 비롯한 한국인 4명을 재납치한 뒤 올 2월 19일까지는 4명을 함께 감금했지만 이후 석방될 때까지는 2명씩 나눠 감시했다. 박 선장은 이상훈 기관사와, 기관장 김형언씨는 일등항해사 이건일씨와 각각 조를 이뤄 별도의 감시를 받았다.

박 선장은 "서로 위치를 몰랐기 때문에 다른 곳에 있는 두 사람이 얼마나 떨어진 곳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당시 불안했던 심정을 전했다. 해적들은 싱가포르 선박회사나 가족들에게 협박 전화를 할 때에만 네 사람을 한꺼번에 모이게 했다.

박 선장은 감금 생활 자체도 힘들었지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해적들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게 한 뒤 가족들이 들으라고 공포탄을 쏘고 선원들의 귀와 목을 비틀어 비명을 지르게 한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부에서 해적들에게 보상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 국민이 앞으로도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서 "선박회사에 전화를 걸 때마다 선주 측에서 '회사를 믿어라',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라'고 당부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선주 측에 감사를 표시했다.

박 선장은 협상이 타결돼 풀려날 때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해안에 높은 파도가 치는 바람에 구조선에 탑승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해군에서 마련한 헬기를 타고 어렵게 구조됐기 때문이다. 박 선장은 헬기를 타고 소말리아 해안을 빠져나오면서 태극기를 본 순간 '드디어 살았구나' 하면서 가슴이 뭉클해 왔다고 감격해 했다.

그는 "그동안 노심초사하면서 걱정한 가족과 친지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끝까지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고 희망을 잃지 않아 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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