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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친'을 만나기 위해 5년간 부산~서울을 무려 325회나 왕래해 '부산 기네스 공모전'
탑 10에 포함된 김학준 씨가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 나와 있다. |
- 서울내기 금융맨 김학준 씨
- 애인 만나러 총 325회 왕래
- KTX 평균 5.7일에 한 번 탑승
- 부산 기네스 시민 탑10 포함
- "결혼하면 부산서 살 수도"
김학준 씨는 30대 중반의 미혼 서울내기다. 서울 여의도의 한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외 투자기획 및 관리 업무를 주로 하는 금융맨이다. 가끔씩 해외 출장도 간다. 출장이 없는 주말은 반사적으로 부산으로 간다. 무조건이다. 조건 같은 게 있을 수 없다. 금요일 오후면 만사 제쳐두고 KTX 열차표를 끊는다. 그리곤 서울역으로 달려간다. 약 3시간 후 만날 '님'을 생각하며….
그렇게 오고 간 서울~부산 간 왕래 횟수가 총 325회. 카운트를 시작한 지난 2007년 8월 14일부터 2012년 9월 10일까지의 기록이다. 평균 5.7일에 한 번꼴로 KTX를 탔다. 그간 총 이동거리가 13만7735㎞. 지구(둘레 4만74㎞)를 3.4바퀴나 돈 셈이다. 경비도 엄청 나갔다. 표 값만 약 1434만 원. 거의 소형 승용차 1대 값이다.
김 씨가 이처럼 뻔질나게 서울~부산을 오간 것은 직업상 또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순전히 여친, 아니 애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한길을 좇아온 시간이 어언 5년. 시간과 돈, 열정을 털어부은 게 헛되지 않아 여친이 마음을 주었고, 둘은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뻔질남'이 '부산 가시나'를 낚은 셈이랄까.
'얼마나 멋진 애인이길래?'하고 묻자, 김 씨는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며 조심스레 손사래를 친다. 실은 이만큼 노출되는 것도 부담인데, 용감하게 공개키로 한 건 여친에게 '깜짝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란다.
만난 인연이 묘했다. 5년 전 부산에서 가진 금융투자 특강이 계기였다. 이때 김 씨는 강사로, 그녀는 수강생으로 처음 만났다. 그곳에 '쌈박한 그녀'가 앉아 있었고, 말을 걸어왔고, 눈빛이 통했고, 애프터 약속이 됐다. 한 번 두 번 만남이 계속되면서 전기가 통했고, 호감도가 높아졌다.
마실가듯 서울~부산을 오가는 사이, 김 씨는 반쯤 부산 사람이 됐다. 부산역에 내리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자갈치나 광안리, 해운대, 송정 등지를 돌아다녔다. '부산이 좋으냐?'는 물음에, 김 씨는 이렇게 답했다.
"부산에선 잘 모르실테지만, 서울의 눈으로 보면 부산은 대단한 곳입니다. 얼마나 역동적입니까. 해양, 항만, 수산, 제조업, 교육, 서비스업까지 없는 게 없잖아요. 금융이 좀 허약한 것 같은데, 문현금융단지가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금융이 살아나면 부산은 호주의 시드니와 싱가포르를 합친 것 같은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겁니다."
결혼 후 기회가 주어지면 부산에 살 수 있다고도 했다. 문현금융단지 쪽에 일자리가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는 "도시가 잘 되려면 전문인력이 머물수 있게 하고, 도시 홍보, 즉 스토리텔링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부산 예찬을 넘어 과제까지 툭 던져놓는다.
김 씨의 부산~서울 왕복 사례는 부산시가 직할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부산 기네스 시민공모'에서 '베스트 탑10' 중 하나로 뽑혔다. 이만한 스토리라면 서울에 숨어 있는 '부산의 보물'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색시(아내)가 고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한다'는 속담이 있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랑을 이룬 김 씨의 사례는 분권시대에 '지방의 처갓집'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