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초기 치매까지 적용해야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이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일 경남 창원시에서는 10년전부터 치매를 앓던 박모(84) 할머니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가족들의 진술 등으로 미뤄 할머니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게 싫어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아파트에서 이모(78) 할아버지가 치매 환자인 아내 조모(74)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 확대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가정과 사회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5세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 9.1%..인지능력 저하 28.5% = 8일 보건복지부의 추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인구 중 환자의 비율)은 2008년 8.4%,2010년 8.8%에서 올해 9.1%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더구나 이 비율은 2020년 9.7%를 거쳐 2050년에는 13.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8만3천723명이던 치매 진료 인원은 2010년에는 3배인 26만1천550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치매 진료비도 두 배(156만107원→309만7천792원)로 뛰었다.

그러나 이처럼 폭증하는 치매 환자들이 병원 등을 통해 제대로 치료받는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치매노인의 의료 관리율은 47.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정밀 검사 여부에 따라 치매로 확진받을 가능성이 있는 '잠재환자군'이 상당 수 된다는 데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 기능상태·수발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665명의 인지기능을 검사한 결과 응답자 8천851명 가운데 28.5%가 '인지기능 저하' 판정을 받아 치매가능성이 의심됐다.

◇노인 수발 72%는 가족이..직장 버리고 근로 시간도 줄여 = 현재 치매 환자 수발의 '짐'은 대부분 가족이 떠 안고 있는 실정이다.

치매만을 특정한 수발 통계는 아니지만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홀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 1천215명 가운데 수발자의 72.1%가 가족이었다. 13.1%는 가족 도움과 외부서비스를 함께, 11.4%는 외부서비스만 받고 있었다.

수발을 맡는 가족으로는 배우자가 53.0%로 절반을 넘었고, 이어 ▲장남의 배우자(큰며느리) 12.3% ▲딸 10.3% ▲장남 8.2% ▲차남 이하 아들 6.7% ▲차남 이하 아들의 배우자(큰며느리가 아닌 며느리) 3.8% 등의 순이었다.

치매 환자 수발 가족은 심리·육체적 부담 뿐 아니라 경제적 고통도 함께 겪고 있다. 대한치매학회가 최근 치매환자 보호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78%가 치매환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포기하거나 시간을 줄인 수발자는 간병 기간이 5년 이상일 경우, 환자가 중증 치매일 경우 더 많았다. 치매 환자 여부와 간병 기간, 병의 진행 정도 등에 따라 가정 경제가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초기 치매도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받도록 기준 완화 추진 = 정부도 치매를 인구 고령화의 대표적 과제로 지목하고 관련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2007년부터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치매검진 사업을 벌이며 보건소에 등록된 치매 환자(올해 5만6천명)에 대해서는 매월 3만원의 치료관리비도 지원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전국에 치매거점병원 7곳을 지정해 경증 치매환자나 기억력 감퇴를 겪는 일반 노인을 위한 인지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조기 치료 및 관리도 강화하는 추세다.

노인의 거동과 생활을 돕기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도 초기 치매 관리에 초점을 맞춰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장기요양위원회와 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장기요양보험 수혜 대상 선정 기준을 낮춰 현재 33만명인 보험 수급자를 2017년까지 50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전체의 7%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현행 판정 기준으로는 치매로 길거리를 헤맨 일이 있어도 증상이 간헐적이라면 장기요양보험 수혜 대상인 1∼3등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심각한 중증도 인지 장애 뿐 아니라 간헐적 인지 장애, 가족의상시 수발 필요 여부, 장거리 외출의 어려움, 목욕·식사 준비 도움 필요 여부 등을 따져 보다 쉽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현실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62.8%는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알고 있었지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등급 판정을 신청한 경우는 4.2%, 실제로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