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쾌감 느껴도 소극 대응
- 영세사업장일수록 심각

직장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9일 부산의 A 구청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한 고위 공무원을 향해 여직원에 대한 과도한 스킨십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가끔씩 여직원들의 어깨를 만지는 등 부대끼고 친한척 하는데 당하는 여직원 입장에서는 항변하기도 어렵고 상당히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별일도 아닌데 너무한다. 그만하자"며 과민반응이라고 지적,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해당 구청 성희롱 예방 교육 담당자는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당사자가 직접 글을 올리거나 신고를 한 것도 아니고, 직장 내 동료인지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성희롱을 당하고도 말 못하는 피해자의 고민은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상담 현장에서 잘 드러난다. 직장내 성희롱 예방 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현장에서 이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을 자주 뵙는다. 성희롱은 피해자 관점으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가해자가 '그런 의도 없었다. 과민반응이다'라고 말하면 자기만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까봐 알리지도 못하고 끙끙대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상사라면 말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취업포털사이트 미디어통이 직장인 여성 47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에서 성희롱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나요?'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9.3%의 응답자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답했다.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이상한 여자로 소문날까 봐, 성희롱인지 아닌지 애매해서 등의 이유였다.

영세사업장일수록 더욱 심각하다는 게 여성가족개발원의 설명이다. 성희롱 예방 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아서다. 부산여성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영세 사업장 여성근로자 230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조사 벌인 결과 27%(62명)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