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군대에서 벌어진 가혹행위를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5부(조양희 부장판사)는 군부대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최모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들에게 2600여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 씨의 자살은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과 가혹행위,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대 관계자들의 관리 및 감독 소홀이라는 불법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소멸됐다는 국가의 주장에 대해 "유족은 최 씨에 대한 가혹행위 등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로 비로소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씨가 자살 당시 술에 취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던 점 등을 참작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1971년 1월 육군에 입대한 최 씨는 동기들과 함께 선임병들에게 자주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지만 부대 지휘관들은 이 같은 가혹행위를 묵인했다. 결국 최 씨는 입소한 지 6개월 만에 훈련소에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중대장은 최 씨가 가정환경 및 군복무 부적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상부에 보고했고 군대 내 구타나 가혹행위 등에 대해선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09년 유족의 신청에 의해 이뤄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서 최 씨가 연일 계속되는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에서 벗어나고자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