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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부산' 품격을 높이자 <2-4> 선진 사례로 그리는 '그린부산'- 스토리가 있는 재생공원

시민 휴식공간이 된 부두·선박수리소,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다

  • 정순백 기자 sbjung@kookje.co.kr
  •  |   입력 : 2012-11-04 19:01:54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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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퀸즈 '갠트리 프라자 스테이트 파크'의 갠트리 크레인. 뉴욕시는 부두 폐쇄 후에도 철구조물을 철거하지 않고 공원 상징물로 활용하고 있다.
- 철구조물 주변 목조 덱 '갠트리…'
- 선박 건조시설 살린 '에리베이슨'
- 美 뉴욕 재생공원들, 역사 보존
- 스토리텔링으로 도시 랜드마크

- 해안재개발 부산, 벤치마킹할 만

미국 뉴욕 퀸즈의 '갠트리 프라자 스테이트 파크'는 조형물이 아주 특이하다. 이스트강변 롱아일랜드시티에 조성된 공원 한 가운데에는 갠트리로 불리는 시꺼먼 철구조물이 있다. 갠트리는 무거운 기계나 재료 따위를 끌어올리거나 운반하는 데 쓰이는 다리 모양의 구조물이다. 보통 부두에 가면 갠트리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이동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때문에 '갠트리 프라자 스테이트 파크'를 찾는 사람이라면 옛날 부두였다는 사실을 항만 물류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금방 안다.

■"옛날 행적을 기록하라"

   
뉴욕 브루클린 '에리 베이슨 파크'에 옛 해군 선박 수리소 때 사용하던 크레인이 공원 조형물로 보존돼 있다.
갠트리 프라자 스테이트 파크는 롱아일랜드시티 일대에 아파트 건립이 잇따르면서 조성됐다. 롱아일랜드시티 일대는 로어맨해튼에 살던 뉴요커들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이주를 많이 하고 있는 지역이다. 뉴욕시는 롱아일랜드시티 일대가 주거지로 변신하자 폐허로 방치돼온 부두를 공원으로 재개발했다.

그런데 뉴욕시는 부두를 재개발하면서 공원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갠트리 크레인을 그대로 뒀다. 정확하게 말하면 보존한 것이다. 공원 이름도 아예 갠트리로 지었다. 검은 색 페인트 칠을 하고 갠트리 주변에 목조 덱을 깔고 벤치를 설치하는 정도로 단장했는데도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갠트리 크레인은 옛날 이 공원부지가 퀸즈 일대에서 생산된 각종 물자를 맨해튼으로 수송하던 부두였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상징물이 됐다. 갠트리 크레인 주변은 강 건너 맨해튼의 뷰를 조망하는 공간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공원만이 아니다. 브루클린 중서부지역에 있는 에리 베이슨 파크 역시 인근 지역이 주거지로 개발될 것에 대비해 해군 선박 수리소를 공원으로 재생한 곳이다. 선박 건조 시설과 선석(선박을 계선시키는 시설을 갖춘 접안장소), 크레인을 그대로 둔 채 나무와 잔디를 심고 벤치와 조형물을 설치했다. 각종 조경시설을 철거하면 선박수리소와 부두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심지어 폐선도 바다 위에 그대로 떠 있다.

부두 뒤편 컨테이너 하적장은 잔디와 나무 등으로 조경을 해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원 주요 지점마다 옛날 무엇을 하던 곳인지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 공원은 2011년 전 세계 수변공원 대상으로 심사해 수여하는 '올해의 워터프런트' 대상을 받았다.

■스토리텔링이 곧 공원 경쟁력

   
뉴욕시가 공원으로 재개발할 예정인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일대. 오른쪽 아래는 사업이 완료된 공원.
이처럼 뉴욕시는 허드슨 강변과 이스트 강변에 있던 부두를 공원으로 재생하는 사업을 하면서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단순히 간직만 하는 게 아니다. 콘크리트 선석은 화단 등과 같은 휴식공간으로, 크레인 등 각종 부두 시설물은 조형물로 활용하고 있다. 이유는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역사로 보존하기 위해서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는 부두 뒤편 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전시장·상점 등으로 재단장했다. 운행이 중단된 철길은 그대로 둬 랜드마크로 살렸다. 컨테이너 야적장 등은 광장과 공연장으로 활용한다. 뉴욕시는 전체 26만3042㎡에 이르는 옛 6개 부두 모두를 이런 식의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재생된 공원은 2만234㎡ 정도다.

맨해튼 첼시지역의 '하이라인'은 웨스트 사이드 노선인 높이 10여 m의 고가 화물 철도를 철거하지 않고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뉴욕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시카고의 미시간 호숫가를 따라 20만 ㎡의 부지에 걸쳐 있는 네이비 피어 역시 이름만 들어도 해군 부두를 재생한 공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막사 등 옛 건물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가미해 레스토랑과 상점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강대욱 대아종합조경(주) 전략기획실장은 "옛날 부두가 서로 다른 기능을 했던 만큼 재생한 공원도 각자의 특색을 갖게 되고, 여기에 역사를 담은 스토리텔링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며 "부산도 해안지역을 재개발할 때 옛 모습을 간직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 린지 보일런 BPC 사업총괄이사

- "공원 = 삶의 공간, 이것이 존재 목적"

   
미국은 공원 천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뉴욕 센트럴 파크, 시카고 그랜트 파크와 같이 넓은 땅을 활용한 대규모 공원만이 아니다. 도심 곳곳의 자투리 공간을 쉼터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일상의 공간을 공원화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 공원은 공간적인 경계 없이 조성돼 운영되고 있다. 그냥 집 앞마당처럼 편히 쉬고 즐기는 삶의 공간이다. 여기에 주민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이 공원의 민간위탁 운영사인 BPC의 린지 보일런(사진) 사업총괄이사에게 공원 운영에 대해 들어봤다. 보일런 씨는 "공원은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찾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쾌적한 환경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원의 문화시설 특히 공연 등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문화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하고 공원을 활기차게 한다. 공원 프로그램은 공동체감, 안전감,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 무료로 운영해 시민들을 공원으로 끌어들인다. 참여도가 매우 높다. 놀이 공간이나 운동 시설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운영하지만 요가 같은 프로그램은 다른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실시한다.

-공원이 개방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나다. 치안이나 시설 훼손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공원은 접근이 쉽고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치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험상 하루 종일 많은 사람이 공원에 머무르는 이상 범죄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깨진 유리창 법칙'이 적용된다. 공원 관리와 운영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거나 느껴지면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내용과 주민 참여도다. 프로그램 내용이 좋아 활성화되고 주민 참여도가 높으면 치안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도심 공원과 공원 간의 상호보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공원마다 이용하는 주민이 다르고 규모도 다양하다. (도심 빌딩 숲 속에 있는 소규모의) 브라이언트 파크와 메디슨스퀘어 파크는 (도심과 주거지 사이에 있는 대규모의) 센트럴 파크와 다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원마다 이용객의 특색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곧 상호보완이라고 생각한다.

-도심공원이 직장인의 안식처 역할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도심 공원은 심미적 디자인과 청결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주된 이용자는 주변 사무실 근무자다. 공원이 쾌적하지 않다면 지금처럼 하루 수많은 사람이 벤치나 잔디에 앉아 음식을 먹고 편안하게 쉬겠는가.

-부산은 바다 강 산이 있는 인구 360만 명의 대도시다. 이런 환경을 조화롭게 살릴 공원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공원은 곧 삶의 공간이어야 한다. 이것이 공원 존재의 목적이다. 공원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지 자연보호구역이 아니다. 보기만 하는 공원은 의미가 없다. 사람이 걸어 다니고 쉬고 즐기는 공간일 때 존재 의미가 있다. 공원마다 다르게 사용되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존재 목적은 같다. 공원 역시 주변이 어떤 지역이고 이용자가 어떤 층인지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시설물을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뉴욕·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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