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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27일 경남오페라단이 경남 창원시 성산아트홀에서 펼친 오페라 '춘향'은 창원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경남오페라단 제공 |
- 3억 원 규모 오페라 '춘향'
- 후원자 250명 든든한 지원에
- 열악한 현실 딛고 공연 성공
- 시설확충만 신경쓰는 부산
- 후원-소비 구조부터 연구를
일편단심 춘향의 사랑이 유쾌한 오페라로 피어났다. 춘향은 오페라의 옷을 입고 춤을 추었고, 오페라는 춘향을 춤추게 했다. 오페라 출연진과 함께 지역문화도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춘향과 이몽룡의 아리아가 귓전에 쟁쟁하다.
'그리워 그리워 사랑 그리워/ 해 지고 밤 되면 별을 헤면서/ 돌아올 이날을 기다렸나니/ 꿈같은 님 맞아 마음 설레요…. 사랑~ 사랑~ 우리 사랑/잘 되어도 우리 사랑/못되어도 우리 사랑…'.
지난달 25~27일 경남 창원시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경남오페라단의 오페라 '춘향'은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의 존재 조건을 톺아보게 한 무대였다. 지역에서 오페라가 어떻게 태어나 소비되고 운영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오페라 '춘향'은 작곡가 현제명이 만들어 1950년 5월 초연된 국내 창작 오페라의 효시로 꼽히는 명작. 작품에 나오는 '사랑타령' 아리아와 이중창은 지금도 널리 불려지고 있다. 경남오페라단은 이를 '경남판'으로 요리해 무대에 올렸다. 베테랑 연출가 유희문이 연출을, 마에스트로 정치용이 지휘를 맡았고, 창원시립예술단(교향악단·무용단·합창단)이 총출동했다. 출연자만 140명에 달했고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총 200여 명이 가세해 만든 대형 무대였다.
공연은 대체로 호평이 따랐으나, 뻔한 스토리에 익숙한 것의 진부함을 이기는 반전이 없어 다소 싱거운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의 열악한 오페라 제작 환경을 감안하면 이런 무대를 펼친 것 자체가 가상한 일이다.
제작비는 약 3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 중 경남도 보조비가 5000만 원, 나머지는 모두 기업 후원금(협찬)이다. 경남오페라단에는 지역기업과 독지가 등 250여 명이 후원이사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실상 제작의 '언덕'이 돼 왔다. 최대 스폰서인 경남은행은 1억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못한 반전이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박영빈 경남은행장이 정조 임금 복장의 '카메오'(저명인사의 깜짝 출연)로 무대에 등장한 것. 후원자를 배려하고 기업인의 공연 참여를 위한 연출이었지만, '오버 센스'라며 눈살을 찌푸린 관객도 있었다.
경남오페라단 정인숙 사무국장은 "우리가 22년의 전통을 유지하며 매년 정기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건 후원 기업인들 때문"이라며 "후원자를 배려하고 챙기는 일은 제작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고민과 선택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쯤해서 눈을 부산으로 돌려보자. 부산에도 솔오페라단 등 서너 개의 오페라단이 활동하고 있으나, 저마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오페라단처럼 후원 구조가 탄탄한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북항에 3000억 원대의 대형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고만 할 뿐, 오페라 토양을 만들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엔 관심이 별로 없다. 경남판 오페라 '춘향'을 허투루 봐선 안 되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지역 오페라의 미래를 얘기하려면 대구를 주목해야 한다. 대구에는 이미 오페라하우스와 시립오페라단이 있고 국제오페라축제까지 열리고 있다. 대구지역 민·관·산·학의 오페라 후원-제작-소비 구조를 연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겉보기에 화려무쌍한 오페라. 부산은 어떤 오페라를 걸고 싶은 것인가.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