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편성 과정서 애 먹어
- 취지와 무관한 사업도 상당수

부산시와 구·군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내년부터 첫 시행되는 성(性)인지예산서를 작성하느라 예산 관련 부서 직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집행 과정에서 남녀별로 미칠 영향을 분석, 예산이 양성에 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2010년 정부 예산안부터 적용해오다 내년 예산안부터 지자체로까지 전면 확대 시행된다. 시행 첫해이다 보니 용어도 생소한 데다 개념 정립마저 안 돼 있어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 등 일부 자치단체는 성인지예산서를 이미 작성한 곳도 있지만 일부는 아직 최종 예산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현재까지 37부서 66개 사업의 성인지예산 목록을 작성해 놓은 상태이다. 이 가운데 여성정책기본계획 관련 사업은 16개, 성별영향분석평가 사업은 32개, 기타 자치단체 추진사업은 18개이다. 하지만 세부 목록을 보면 여성장애인 사회 참여 확대와 공중화장실 개선, 나잠어업인 지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인지예산제도의 취지와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사업들이 상당수다.

청소년 동아리활동 지원, 저소득 장애인 지원, 홀몸노인 지원, 평생교육진흥원 운영지원, 소방학교 기본전문과정 운영, 푸른도시사업소의 체험학습프로그램 운영 등 상당수가 양성평등 취지에 적합한지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이런 사업만 양성평등 개념을 적용하고 다른 사업은 안 한다는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양성평등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예산안 편성에서도 상당 부분 반영되다 보니 성인지예산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항목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