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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요커들이 허드슨 강변의 산책로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다. 미국 수변공원 대부분은 전망과 녹음을 조화롭게 잘 살린 개방형 구조로 조성돼 있다. |
# 누구나 즐기는 푸른 공원
- 리버뱅크스테이트 등 美 시티파크
- 회색 담·울타리 없는 개방형 녹지
- 조망 최대한 살려 숲·산책로 조성
- 문화 인프라도 갖춰 쉼터로 인기
# 시민 참여로 도시 변화
- 뉴욕시 아파트 건축 허가 조건
- 공원 조성 명시 등 우리와 대조
- 치안도 지역민이 직접 나서 관리
- 주거환경 쾌적 인근 집값 '껑충'
#1.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요즘 뜨고 있는 곳이지만 홍콩에 비유되는 야경을 제외하면 아쉬운 게 많다. 숲과 산책로는 고사하고 앉아서 쉴 만한 그늘집이나 벤치조차 제대로 없다. 동백섬 광안대교 등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해운대 앞바다 뷰도 방파제를 올라가서 즐겨야 할 판이다. 방파제 인근이나 맞은편 인도 변에 느긋하게 머물며 주변 경관을 조망할 벤치나 시설물이 있으면 좋을 텐데, 왜 만들지 않을까. 이유는 인근 아파트 주민 민원 때문이라고 한다. 노숙자나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이 몰려올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우려다.
#2.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면적 약 3만3000㎡의 바다에 접한 국내 최초 수변공원이다. 위치도 해운대와 광안리 중간이어서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면적 3040㎡의 스탠드는 바다를 바라보며 행사를 관람할 수 있는 좋은 휴식공간이다. 그런데 공원과 도로 사이의 담은 공원과 주변지역을 단절시켜 답답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가로수로 단장된 인도와 자전거길, 화단이 담 너머 있어 공원은 콘크리트 덩어리뿐인 것 같다. 담은 태풍 등에 대비한 것이라고 하는데, 다른 대안은 없을까. 미국의 수변 공원을 둘러봤다.
■뷰와 녹음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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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허드슨 리버 파크의 옛 부두 콘크리트 선석 위 화단. |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리버 파크는 허드슨강을 따라 조성된 선형의 긴 공원이다. 총면적 222만5740㎡로 뉴욕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구조는 완전 개방돼 있다. 어디가 허드슨 리버 파크라고 꼭 짚어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냥 강변의 쉼터 같다. 담이나 울타리 등을 만들지 않은 것도 공원이 도심과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는 강변 대부분은 반대편 뉴저지의 뷰를 조망할 수 있도록 탁 트여 있다. 산책로 뒤편에는 산림욕장 같은 숲이 있고, 광활한 잔디밭이 있다. 놀이터 테니스장 야구장 축구장 등도 대부분 개방돼 있다. 강변의 벤치는 쓰임새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앉는 것은 기본이다. 누워서 책을 보고 일광욕을 즐기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 모양도 있다.
이곳만이 아니다. 허드슨 강변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20여 ㎞에 있는 리버사이드 파크, 리버뱅크스테이트 파크, 배터리 파크 등의 공원 역시 모두 강변 배후 도심과 아파트의 뷰를 최대한 살리며 숲을 조성하고 출입이 자유로운 개방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카고도 미시간 호수변을 따라 그랜트공원, 링컨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호수와 도심 마천루 등 공원 양쪽의 뷰를 살리는 개방형 구조이며, 야외공연장 요트계류장 산책길 자전거길 백사장 등의 시설이 적절히 배치돼 공공 레크레이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 조성 1등 공신은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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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배터리 파크시티. 공원에 담장이 없어 인근 아파트 정원 같다. |
미국 공원 주변은 대부분 집값이 비싸다. 공원 덕에 주변 아파트촌이 부촌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뉴욕 로어맨해튼에 있는 배터리 파크시티 주변은 뉴요커가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인근에 월스트리트가 있는데다 허드슨 강변에 잘 정비된 공원이 있어 주거환경이 쾌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터리 파크시티와 인근 아파트 사이에는 경계가 아예 없다. 아파트 문을 나서면 바로 산책로나 숲이 있는 공원이고 자유의 여신상까지의 뷰를 즐기며 산다. 화단 등 아파트 부지 역시 시민들이 공원처럼 이용한다. 밤이면 치안을 걱정할 만한데 주민들은 오히려 공원과 아파트 부지 개방을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공원조성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뉴욕시가 아파트 건축을 허가 조건으로 명시했다. 해운대 마린시티에 초고층 아파트를 건립한 건설업체가 조경비용으로 기부한 275억 원의 사회환원금을 해운대구청이 별관 신축 비용으로 사용해 버린 우리와 대비된다.
허드슨 리버파크의 위탁운영사인 HRPT의 게리 도슨 부사장은 "공공 레크레이션 공간 조성에 대한 시민요구가 폐허이던 부두를 공원으로 바꿔놓았고, 쾌적한 환경과 치안을 잘 유지하는 것 역시 공원 관리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어 가능하다"며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 뉴욕 맨해튼 허드슨 리버 파크
- 삭막했던 '회색빛 콘크리트' 옛 부두, 화단·나무 벤치 등 조성 녹색옷 입혀
- 당시 시설 그대로 보존 공원 변신
- 시카고 네이비 피어 앞 방파제는 잔디 등 심어 나무 섬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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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 네이비 피어 내 도로변에 설치된 목재 화단이 호수변 산책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뷰는 좋은데…"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와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을 처음 찾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회색 콘크리트만 있는 것 같아 삭막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콘크리트 시설물에 녹음을 입힐 수 없을까.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리버 파크와 시카고 네이비 피어는 이런 측면에서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먼저 허드슨 리버 파크는 옛 부두를 공원으로 재생한 곳이다. 그것도 옛 시설물을 대부분 그대로 보존해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공원이 민락수변공원처럼 콘크리트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옛 부두 배후에 숲과 잔디 등이 조성돼 있는 것은 당연하다.
특이한 것은 부두로 사용할 당시 선석(선박을 계선시키는 시설을 갖춘 접안장소)의 활용방법. 재개발 중인 부산항의 북항과 달리 콘크리트 선석을 뜯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흙으로 덮어 기다란 화단을 조성한 것이다. 보기만 하는 화단이 아니다. 잔디를 깔아 일광욕을 즐기는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커다란 나무도 심어 그늘을 만들었다. 화단 옆 공간엔 다양한 디자인의 벤치를 설치했다. 모든 선석을 화단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일부는 워터택시 승선장으로, 목조덱에 벤치만 설치해 조망공간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삭막할 것만 같은 콘크리트 선석이 오히려 풍성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시카고의 네이비 피어 앞 방파제 역시 좀 독특하다. 미시간 호수에 설치한 콘크리트 방파제 위에 나무와 잔디를 심어 기다란 화단을 조성했다. 호숫가에서 방파제를 보면 나무 섬이 조성돼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이 화단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잔잔한 호수에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한다. 네이비 피어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이 화단 때문에 방파제에 들어가 본다. 네이비 피어 뿐만 아니다. 미시간 호수변에는 나무를 심어 화단을 조성한 방파제가 많다.
네이비 피어 내 주차장 건물 진출입구 도로와 인도를 분리하는 화단도 아이디어가 좋아 보인다. 네이비 피어는 옛 해군 부두와 시설물이어서 전체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하지만 길이 500여 m의 도로변에 높이 1m 안팎의 목재로 화단을 만들고 예쁜 꽃들과 나무, 풀을 심었다. 이 때문에 아스팔트 도로변이 마치 호수변 산책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화단은 안전시설물이면서 정원 역할을 하는 조경시설물이기도 한 것이다. 풀 한포기, 나무 하나 없는 마린시티 내 순환도로변에 이 같은 목조 화단을 이동식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뉴욕·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