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숨으면 자금관리 하씨
- 경찰이 찾아낼 것이라 생각"

가족들로부터 실종신고가 접수됐으나 중간에 행적이 드러나면서 잠적에 무게가 실렸던 양재혁(사진)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본지 지난 12일 자 8면 등 보도)이 신고가 접수된 지 3개월 만에 부산에 나타났다. 연제경찰서는 22일 오후 5시30분께 부산 남구 대연3동의 한 커피숍에 있던 양 전 회장을 커피숍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 전 회장은 당시 혼자 있었으며, 대연지구대 소속 경찰들이 동행을 요구하자 순순히 따라나섰다. 양 전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가족의 신고와는 달리 실종되거나 납치·감금된 것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잠적 이유에 대해선 "실종 신고가 되어 있었던 데다 자신이 숨으면 경찰이 (삼부파이낸스의 자금 수천억 원을 관리하다 잠적한) 하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행방을 찾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회장은 그동안 대구와 인천 등지를 떠돌며 여관 등에서 생활했으며 정작 하 씨는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양 전 회장은 북부경찰서에 접수된 고소 사건에 관해서도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양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양 전 회장이 갑자기 잠적하자 그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양 전 회장이 처음 사라졌던 부산에서 발견되면서 3개월가량 이어진 숨바꼭질은 끝을 맺었다. 양 전 회장은 지난 7월 13일 지인들에게 "하 씨를 만나러 속초에 간다"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으며 실종 신고 접수 직후인 7월 말 대구와 포항의 음식점과 마트에서 아들의 신용카드를 쓴 흔적이 발견됐다. 한동안 행적이 잡히지 않던 양 전 회장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택시기사 휴대전화를 빌려 고향 친구에게, 지난 3일엔 부산역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투자자에게 공중전화로 전화한 사실이 최근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마트에서는 회원 가입을 한 사실이 확인됐고 전화 통화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이 잠적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

양 전 회장이 나타남에 따라 삼부파이낸스의 수천억 원 자금 행방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