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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초등수석교사회 회장인 안병철 교사(왼쪽·온천초등)와 하남숙 교사(남문초등)가 수석교사 제도에 관해 지난 18일 부산 온천초등학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대담 날짜=10월 18일
- 대담 장소=부산 온천초 수석교사실
- 부산 초·중·고 108명 근무
- 신참에 토론 수업 등 전수
- 교육방법 발전 모습 호평
- 제도 이해 못하는 관리자급
- 권한 침해로 받아들이기도
- 법에 지위·업무영역 규정을
한국 교육계는 올해 들어 수석교사제라는 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8년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해 지난해 6월 관련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올해 3월부터 수석교사 1143명을 전국 초·중·고교에 배치했다. 부산에서는 현재 수석교사 108명(초등 54명·중고교 54명)이 일하고 있다.
시행한 지 두 번째 학기에 접어든 수석교사제는 일선 학교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을까? 학교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한국초등수석교사회장 안병철(온천초) 수석교사와 하남숙(남문초) 수석교사의 대담을 통해 알아본다.
하남숙 남문초 수석교사=올해 1학기부터 제도는 시행됐지만 아직 수석교사제를 잘 모르는 학부모나 시민도 많다. 수석교사제를 어떻게 설명드릴 수 있을까.
안병철 온천초 수석교사(한국초등수석교사회장)=교단과 학교사회에 혁신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제도라 본다. 교단 경력 15년 이상으로 수업과 교수법에 대한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은 교사들이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로 나아가는 가능성은 스스로 배제하고, 대신 일선에 남아 동료 교사들에 대한 교수법컨설팅과 우수한 교육법 개발에 전념하게 해주는 제도라는 게 요점이다.
진행자=언론사에도 경력을 오래 쌓은 기자가 부서장 등 관리자로 승진하지 않고 일선에 남아 취재활동을 계속하는 전문기자 또는 선임기자 제도가 있는데, 비슷한 것 같다.
하남숙=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2008~2011년 시범운영을 포함해 해마다 수석교사를 뽑아왔는데, 선발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선발과정이 여러 단계인데다 무척 까다롭다. 평소 동료교사들에게서 수업과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을 인정받지 못하면 아예 선발대상에 포함될 수도 없는데다, 임기 4년을 마치면 다단계 재임용심사도 받아야 한다.
안병철=교장 교감 교직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수석교사선정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성실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교사는 뽑히기 어렵더라. 그보다 수석교사제로 인해 교육자의 길이 '2원화 체계'로 개편된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진행자=2원화 체계란 어떤 것인가.
안병철=지금까지 초·중·고 교사는 일정 기간 이상 경력을 쌓으면 교감 또는 교장이라는 '교육관리자'로 가는 것말고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교육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 갖춰야할 요건은 대체로 행정능력과 성과 쪽에 치우쳐 있다. 일선에 남아 수업과 교육을 어떻게 하면 더 실질적으로 발전시키고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이는 불리했다. 수석교사가 되면 교육관리자로 가는 길을 포기하는 대신 오랫 동안 쌓은 실질적 교육역량을 동료교사와 학생에게 직접 쏟아부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교사가 자신의 미래상을 교장 교감 등 관리자로 갈 것이냐, 수석교사로 갈 것이냐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남숙=수석교사가 된 뒤로 나는 수석교사가 교실의 변화에 기여할 가능성을 더 크게 보게 됐다. 최근 우리학교의 신예 교사 몇명을 상대로 교수법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힘들어하던 토론식수업법이나 의사소통법에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봤다.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변화하게 되더라. 이런 사례가 늘고 있는 걸로 안다.
안병철=그렇다. 금정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수석교사가 1학기 내내 교사들을 설득하고 새로운 학습법을 시도한 끝에 최근 교장에게서 '당신 덕에 학교가 변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감대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를 진행하는 수석교사 등 활동은 다양하다.
진행자=그런데 수석교사제는 아직 시민·학부모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현재 마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안병철=지금으로서는 수석교사제를 정착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현재 관련법에는 수석교사의 권한과 업무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교장 또는 교감이 이 제도를 잘 이해하면 그나마 수석교사가 운신의 폭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입지조차 찾지 못해 무척 애를 먹고 있다. 교육관리자 쪽에서 수석교사제도를 오해해 기존 권한을 뺏는 것으로 보고 활동을 위축시키는 사례도 있어 안타깝다. 이와 관련해, 현재 일부 수석교사들이 '지위와 업무영역을 확실히 규정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놨고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하남숙=수석교사는 고유업무를 위해 수업시수를 일반교사의 절반으로 줄여주고 활동수당을 40만 원 지급받는다. 이와 함께 김동철 의원의 법 개정안은 수석교사의 독립적 활동영역 보장을 위해 지위나 수당을 교장에 준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점이 교육관리자 쪽의 반발을 부른 것으로 안다.
안병철=그런 반발이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더 크고 넓게 봐야 할 때다. 수업 잘 하는 교사가 수석교사로 자리잡아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식은 해외 여러 나라도 채택하고 있으며 하나의 큰 방향이다. 밥그릇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라 향후 우수한 인재가 계속 수석교사를 지원할 수 있게 지금 터를 잘 닦아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진행·정리=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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