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 아빠인 남친과 연락 두절
- 우울증 호소 대인관계 기피
- 가족과 등 돌리고 학업 포기
- 시설 퇴소 후에도 갈곳 없어

- 대부분 자신 외부 노출 꺼려
- 온라인 상담 창구도 확충을

부산여성개발원이 처음으로 청소년 미혼모의 실태를 조사해 22일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이 문제를 이제 더는 쉬쉬하면서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성가족개발원은 지난 4~8월 만 16~24세 미만 청소년 미혼모 25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 미혼모 실태와 대책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성가족개발원 측은 "정부가 청소년 미혼모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추산 통계로 지역 현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개발원은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편견과 냉대에다 지원시설 부족 등으로 두 번 울고 있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해 출산은 물론 양육, 자립까지 지원하는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처음으로 공식 제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미혼모자가 관련 시설 퇴소 이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면접자 25명 중 한부모가정 자녀가 17명이나 돼 가정의 보살핌을 받을 여력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 미혼모는 성인과 달리 학업을 중단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취업 등 자활에 필요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미혼부와 관계가 단절되면서 정서적 불안과 대인관계 형성에 애로를 겪는 청소년 미혼모가 많았다. 면접 응답자 25명 중 18명은 '임신 후 남자친구와 연락 두절 됐다'고 답했다. 면접에 참여한 B 양은 "남자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준 뒤 연락이 안 돼 우울증이 생겼고 다른 사람과 쉽게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회적 편견으로 학업 재개와 취업에 용기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C 양은 "학교에 다니기 싫어 자퇴한 뒤 임신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도 주위 시선이 두려워 포기했다"고 말했다. D 양은 "어린 아이가 배가 나오니까 남자들이 쳐다보고 욕을 하기도 했다"면서 "외출하기 두려워지면서 대인관계도 끊기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겁난다"고 하소연했다.

미혼모자시설 사랑샘 박성희 원장은 "대안학교 등에서 교육을 받으면 졸업을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아이들이 주변 시선 때문에 곧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미혼모 대부분이 자신의 상태를 외부에 알리길 꺼려하는 만큼 온라인 상담 창구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 양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워 인터넷으로 미혼모 관련 시설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여성가족개발원은 청소년 미혼모 자립 지원을 위해 ▷아이돌봄지원사업 혜택 확대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 시설 확충 ▷미혼모자시설 퇴소 후 사후관리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여성가족개발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청소년 미혼모가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어하기 때문에 제도권 밖으로 숨어버린다"며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과 함께 사회적 편견 완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