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양육 정서·경제적 결핍
- 지원시설 태부족 사회서 도태
A(18) 양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진 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A 양이 임신 사실을 알리자 연락을 끊어버렸다. 학교를 중퇴한 A 양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미혼모 양육시설에 입소했다. 그는 "남자친구에 대한 분노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늘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부산지역 청소년 미혼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미혼모는 성인과 달리 인격·교육·자립능력 등 모든 면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때 이른 '출산'까지 경험하며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22일 내놓은 '청소년 미혼모 실태와 대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미혼모들은 거주 환경부터 불안정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25명의 면접자 중 아이를 낳아 기르는 11명 가운데 '본인, 미혼부, 자녀'가 함께 사는 이는 단 1명도 없었다. '본인과 자녀'만 사는 이는 7명에 달해 대부분 자녀를 혼자 양육하며 정서적·경제적 결핍을 경험하고 있었다.
부산 청소년(15~19세) 출산 자녀 수는 2009년 167명, 2010년 182명, 2011년 17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모시설에 입소하는 청소년도 2009년 112명에서 2010년 169명, 2011년 181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개발원 측은 "사회로 내몰리는 청소년 미혼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가족개발원은 방치됐던 청소년 미혼모 문제의 심각성을 조명하기 위해 올해 처음 현황 조사와 심층면접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사회적 편견으로 학업 재개와 취업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청소년 미혼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이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사회 문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 내 미혼모 관련 시설은 미혼모자시설 2곳(58명)과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2곳(10가구)에 불과하다. 이들 기관은 출산과 양육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미혼모자 관련 시설 퇴소 이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미혼모자시설 사랑샘 박성희 원장은 "청소년 미혼모 상당수가 시설 퇴소 이후 돌아갈 곳이 없고 자립도 쉽지 않아 사후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