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가 병원 측의 주의가 소홀한 틈을 타 병실을 무단이탈했다가 사고로 숨졌다면 병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3단독 최희영 판사는 21일 사망자 정모(사망 당시 74세) 씨의 유족 4명이 부산의 모 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각 8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 씨는 지난 2월 1일 치매증상으로 부산 사상구 A 병원에 입원했다. 같은 달 3일 오후 6시께 정 씨는 병원을 이탈해 행방불명됐고, 다음 날인 4일 부산 서구 송도포구 해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정 씨가 병원을 빠져나갈 당시 촬영된 CC(폐쇄회로)TV에는 정 씨가 엘리베이터 앞을 서성이는 모습이 녹화돼 있는데, 병원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 씨 유족들은 "병원 직원들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병원 직원들은 평소 환자들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태만히 해 정 씨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그러나 정 씨가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가 아니었고 병원이 이탈 사고 직후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수색에 나섰던 점 등을 참작해 배상액의 범위를 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