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프러포즈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청춘 남녀. |
- 선남선녀들 사랑의 명소로
- 공원 울타리엔 수천개 자물쇠
- 시설공단, 24쌍 이벤트 성사
- 진정성 가미될때 감동은 배
프러포즈(propose).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할 힘이 남은 거다. 청춘 호시절을 지내면서, 이러구러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것이 프러포즈다.
경상도 사람, 특히 부산 사람들은 청혼이나 사랑고백 같은 것에 약하다. 아니 '쪽팔려' 하고 '쭈굴시러워' 한다. 기질상 체질상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무대 위에 오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청혼을 하더라도 낯간지럽게 하지 않고 화끈하게 '내 아를 낳아도' 하고 질러버린다.
설렘과 흥분을 자아내는 '프러포즈 문화'가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서 조용히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해 가을 부산시설공단이 프러포즈 존을 설치하고부터 선남선녀들의 프러포즈가 줄을 잇고, 공원 울타리에는 수천 개의 사랑의 자물쇠가 채워졌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별로 없었던 용두산공원이 사랑의 명소로 떠오른 것이다. '두근두근 용두산공원에서 사랑이 이루어진다'. 공단 측에서 내건 홍보 카피도 감성을 자극한다.
| |  |
| 공원 내 철망에 채워진 사랑의 자물쇠들. 부산시설공단 제공 |
부산시설공단은 지금까지 매회 3쌍씩 8차례에 걸쳐 모두 24쌍의 프러포즈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사연을 살짝 들여다 봤더니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 스토리가 적지 않았다.
#한숙경(31·가명) 씨는 한국에 온 지 7년 된 베트남 새댁이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시집살이를 하면서 많이도 울었다. 그 사이 쌍둥이가 태어났고 벌써 여섯 살이다. 그런데 자신을 몰라줄 것 같던 무뚝뚝한 남편(38)이 지난 가을 용두산으로 한 씨를 불러냈다. "낯선 나라에서 나와 살아줘서 고마워. 늦었지만 프러포즈야. 선물은 우리 가족이 함께 당신 친정집(베트남)으로 가는 거야." 깜짝 이벤트에 베트남 새댁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윤성(45) 씨와 박미리(39) 씨는 장애인 커플이다. 각각 언어장애 4급, 지체장애 1급이다. 지난 봄 만난 지 1주일 만에 이 씨가 용기를 내 프러포즈를 신청했다. 청혼에 화답하면서, 이 씨는 웃어지지 않는 얼굴로, 박 씨는 웃을수록 찡그러지는 얼굴로 서로를 껴안았다. 그렇게 또 한 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회사원 윤상호(45) 씨는 지난달 일찍 홀로된 어머니(67)를 초대했다. 손자 손녀들과 친지들이 다 모였다. 마침내 어머니를 무대로 모신 윤 씨는 아버지 대신 사랑을 다짐하는 프러포즈를 했다. 윤 씨가 어머니를 업고 무대를 한 바퀴 돌자, 관람객들이 박수를 보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프러포즈 사업을 진행해 온 부산시설공단 김정설 씨는 "부산 사람들이 프러포즈에 약하다는 건 편견인 것 같다"면서 "용기를 낼 경우 남다른 감동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프러포즈 존이 비단 용두산공원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 한강 반포대교와 청계천에서 운영 중이고, 부산 다대포 낙조분수대와 삼락공원의 강변나들교에도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는 오는 26, 27일 열리는 부산불꽃축제 때 프러포즈 타임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광안리 바닷가에 '프러포즈 존'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뭐든 넘치면 곤란하다. 이벤트가 프러포즈를 잡아먹게 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개인사를 녹인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미될 때 프러포즈는 감동이 된다.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