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 합천우체국 집배원 노조원들이 최근 우체국 앞 마당에서 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전국우정노조 부산지방본부 합천우체국지부 제공

- 인력 부족에 격무 시달려
- 폭염 속 업무수행 중 순직도
- 노조 최근 개선 요구 집회
- 부산우정청 "충원 어렵다"

합천군 합천우체국에서 26년째 집배원 일을 하고 있는 문병록(51) 씨. 그의 하루는 오전 7시 30분께 합천읍 우체국 사무실에서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오전 9시 30분께 집배구역(봉산면 소재지)까지 30㎞를 이동한다. 그리고 80∼100㎞를 달려 500여 통의 우편물을 배달하면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일과가 끝난다.

도시의 자녀들이 시골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등기우편물이 많은 날에는 그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시골 노인들이 산기슭의 논밭에서 농사일을 하거나 '5일장'에라도 간 날에는 우편물을 전달하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때문에 마을회관에서 수취인의 논밭 위치를 파악해 그날 배달해야 마음이 편하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공과금을 대신 납부해 달라고 하거나 약을 사 달라고 하는 날이면 마음은 더 바쁘다.

그뿐만 아니다. 합천군과 우체국의 협약에 따라 마을 홀몸 노인들의 안전 점검(행복살피미)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20여 곳의 관찰 가정을 둘러봐야 한다. 또 경찰 측이 요청하는 '안전수호지키미' 역할을 하고, 겨울철에는 '명예 산불감시원'으로도 뛰어야 한다.

도시지역 집배원은 적은 구역에서 많은 우편물을 배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농촌에서는 배달물량이 도시보다 적어도 담당지역이 워낙 넓고 업무 외 주민서비스를 해야 하는 이중부담이 있다.

현재 합천지역 집배원은 합천우체국 소속 20명과 16개 읍·면 담당 25명 등 모두 45명에 이른다. 이들은 개인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하루 450~600통의 우편물을 취급하고 있다.

이처럼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집배원들은 연가나 휴가 등을 마음대로 찾아먹기 힘들다. 자신이 빠지는 시간은 동료가 대신 맡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일반공무원들이 쉬는 토요일에도 격주 휴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집배원 증원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상급기관인 부산지방우정청이 집배수요가 줄어드는 농촌지역 집배원의 인원을 감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정청이 적자경영 극복과 인건비 절감 등을 내세워 만만한 집배원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게 합천 집배원노조의 주장이다. 또 합천지역의 집배원 수가 10년 전 65명에서 45명으로 30% 이상 줄었으나 업무량은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7일 합천우체국 집배원 양모(42) 씨가 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배달업무를 수행하다 쓰러져 결국 순직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인근 구역 집배원들이 양 씨의 집배구역을 나눠 맡고 있다.

업무 피로가 계속되자 합천우체국 집배원노조는 최근 우체국 앞 마당에서 인력 감축 중단과 순직인력 충원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석만진 노조위원장은 "우정청 당국이 지역 집배원들의 실정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수행하고, 어렵게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힘이 되어 드릴 수 있도록 집배원의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우정청 관계자는 "합천지역은 부산의 해운대나 북구 화명동 등지 아파트 집단지구보다 업무량이 훨씬 적다. 인력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인력을 충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