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일째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제미니호 선장 박모(57) 씨의 여동생(왼쪽)을 비롯한 선원 가족 30여 명이 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읽던 도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서울서 '눈물'의 기자회견
- 외교부 장관과 어제서야 면담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반기문 총장님, 대통령님 살려 주세요." 528일째 소말리아 해적들에 피랍 상태인 제미니호 선원 4명(부산·경남 3명)의 가족 30여 명이 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정부와 선사의 말만 믿고 협상 결과를 기다렸던 이들은 이날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선장 박모(57·부산 부산진구) 씨의 여동생은 "인내를 하면서 견뎌왔지만 가슴이 찢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관장 김모(56·경남 남해군) 씨의 어머니도 "부모로서 할 말을 잃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1등항해사 이모(62·부산진구) 씨의 아내는 "거칠고 무서운 파도와 40여 년을 싸운 남편은 마지막 항해에 나섰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손자들은 할아버지의 얼굴도 모른다"며 "손자들의 재롱을 보면서 여생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피랍 선원 가족들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정부 당국과 선사가 가족을 안심시키지 못했고, 해적들이 협박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족들은 정부 고위 당국자와 변변한 면담 한 번 하지 못하다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문대성(무소속·부산 사하갑) 의원 주선으로 가족 대표 5명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30분가량 면담을 가질 수 있었다.
김 장관은 "심정을 이해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가시적 방법을 찾아서 (추후에 또) 이야기하자"며 달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