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끼니 때울 걱정하는 12세 주희

- 결식아동 위한 급식 카드, 음식점 문 닫아 무용지물
- 편의점서 먹을거리 찾아야

중풍을 앓고 있는 할머니, 동생 2명과 함께 사는 주희(가명·12·부산 사상구 주례동) 양은 명절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쌓인다. 명절 동안에는 급식 카드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내내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먹을거리를 찾아야 할 판이다. 추석과 징검다리 휴일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주희처럼 명절 기간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결식아동 수는 부산에만 8689명에 달한다.

결식아동들이 명절 연휴 동안 끼니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결식아동들이 전자 결제 급식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 739곳 중 추석 당일인 오는 30일 문을 여는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시는 지난 7월부터 결식아동에게 쿠폰 대신 급식 카드를 지급, 식사 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쿠폰으로 식사를 하면 주변에서 '결식아동'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봐 아이들이 위축됐지만, 카드로 결제하면 남들이 보기에 크게 이상할 것 없어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급식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명절이면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는 점이다. 음식점이 문을 닫으면 전자카드로 편의점 등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휴일에는 편의점에서도 마땅히 먹을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명절이면 상황은 더 심각해져 라면·냉동식품 등 분식으로 대충 때워야 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일선 기초지자체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에 따르면 명절 동안 결식아동들에게 북구는 농협상품권을, 사하구는 밑반찬·명절음식을, 금정구는 도시락을, 해운대구·남구·영도구·부산진구에서는 햇반·즉석카레 등 간편식을 제공한다. 나머지 기초지자체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박금식 박사는 "명절처럼 대부분의 기관이 일손을 놓는 때에는 급식 카드 제도에 허점이 드러나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찾아오는 이 없는 67세 김 노인

- 10만명 넘는 부산 홀몸노인
- 시끌벅적한 명절나기는커녕 고독사 걱정까지 해야할 판

폐지 수집을 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는 김상준(가명·67·부산 북구 만덕동) 씨는 추석이 코앞에 다가온 요즘 마음이 더 허전하다. 자신을 찾아와 줄 친척이나 이웃이 없는 탓이다. 도움을 청해도 달려올 사람이 없어 가끔 뉴스를 통해 누군가 숨진 지 한참 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스스로 몸을 돌봐야 하는 홀몸노인 가구가 급증하지만 이들을 돌보는 시스템은 걸음마 단계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2008년 부산의 65세 이상 홀몸노인이 7만5686명이었던 것이 2010년 9만390명, 2012년 10만6333명으로 늘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0∼2035년 시·도별 장래가구추계'도 2035년 부산의 1인 가구 중 절반이 넘는 50.8%가 홀몸노인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남(62.8%), 전북(55.0%), 경북(53.5%), 경남(52.6%)에 이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들 홀몸노인은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때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지난 7월에는 홀몸노인이 숨진 지 6개월 만에 발견됐다. 사상구 학장동 한 주택에서 건물 관리인이 이모(69) 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을 당시 시신은 미라 상태로 말라붙어 있었고 내복과 운동복 2벌을 껴입고 있었다. 이웃들은 그를 지난 1월에 만난 이후 그때 처음 소식을 접했다.

홀몸노인 중에는 이처럼 안타까운 처지인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부산 북구가 관내 홀몸노인 234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21명이 가족이나 이웃의 보살핌 없이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도 지난 8월 관내 홀몸노인 2536여 명을 상대로 벌인 실태 조사를 통해 1767명이 같은 환경에 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가족이나 친지와 연락을 자주 하거나 일정한 직업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친지가 없고 지인과 연락이 뜸한 경우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지원기관 대부분이 일손을 놓는 명절이나 휴일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