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의 주변 수목들이 지난 17일 태풍 내습 때 파손된 뒤 23일 현재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박동필 기자

- 경관 해치고 주민통행 방해

최근 잇따른 태풍 내습으로 창원 주남저수지의 일부 버드나무들이 쓰러지고 가지가 부러지는 등 수난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드나무 군락은 철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음 달 철새 월동철을 앞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창원시 동읍 주민들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 등의 영향으로 주남저수지 일대 버드나무 등 일부 수목들이 뿌리채 뽑히거나 찢기고 부러진 상태로 남아 있다. 주남저수지 주변 군락지는 키가 작은 왕버들, 키가 큰 수양버들 등으로 평소 철새들의 은폐지 기능과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주남저수지 중에서도 철새들의 야간 잠자리인 동판저수지 일대의 훼손 상태가 비교적 심했다.

동읍 판신마을~동판저수지 구간(너비 5m 길이 500m) 도로 주변 군락지는 키 15~20m인 버드나무들의 가지가 부러지고 꺾인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가지가 꺾이고 밑동이 잘려나간 버드나무는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는 흉물이 되고 있었다. 일부 나뭇 가지는 바람에 쓰러진 뒤 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주민들이 톱으로 잘라 도로 옆 곳곳에 수북히 쌓아놓은 상태다.

이날 도로변을 따라 저수지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처럼 부러진 나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피해를 입은 수목에는 아카시아, 소나무 등도 있었다. 특히 창원시 철새도래지 자연학습시설이 있는 람사르학습관 앞 저수지 주변은 강풍에 직격탄을 맞은 듯했다. 높이 10~20m인 버드나무 수목 4~6그루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뿌리채 뽑혀 드러누워 있었다. 당시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 동읍 가월마을 입구와 군무원아파트 앞 습지 버드나무 군락지에서도 나무가 부러지는 등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었다.

이처럼 버드나무 군락지가 수난을 당하면서 올겨울 철새들의 월동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철새가 많이 오는 판신마을~동판저수지 진입로에는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간판을 세우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을 주민은 "버드나무는 웬만한 태풍에 잘 부러지지 않는데 이번에는 달랐다"면서 "부러진 나무 등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저수지 경관과 철새 서식환경에 좋기 않기 때문에 하루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