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부산 강서구 생곡동 하수슬러지 육상처리시설 공사 현장에서 중장비가 분주하게 가동되고 있다. 이 공사는 내년 2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김성효 기자

- 후보 등록받아 선정된 15명 중
- 5명 대우건설 측에 높은 점수
- 외부차단 불구 명단 흘러나가
- 로비 이뤄졌을 가능성 높아

부산시가 발주한 생곡 하수슬러지 육상처리시설 공사의 업체 선정 과정에서 이뤄진 금품수수는 그동안 고질병처럼 여겨져온 턴키(일괄입찰) 방식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턴키공사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부산도시공사 간부 김모 씨 등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고 평가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결국 경쟁사를 제치고 수주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2010년 5월 19일 총 93.62점을 획득해 경쟁사인 포스코건설 컨소시엄(92.83점)을 제치고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15명의 평가위원 중 김 씨 등 5명이 대우건설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도원이엔씨와 파라다이스글로벌이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대우 컨소시엄은 추정금액 대비 94.99%인 673억 원에 이 공사를 수주했다.

평가위원 5명은 김 씨 외에 공무원 1명, 교수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대우건설 측과 유착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위원 후보자 등록 기간이 2010년 4월 19일에서 5월 3일이었던 점으로 미뤄 대우건설이 김 씨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은 김 씨가 평가위원으로 뽑힌 18일께로 추정된다. 대우건설은 18일 오전 김 씨가 평가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김 씨에게 4000만 원을 한 번에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천 명의 전국 기술위원 가운데 평가위원 후보자 등록을 받아 이 가운데 15명의 평가위원을 추첨으로 뽑아 적격업체를 선정했다. 오전 일찍 갖춰지는 평가위원 명단이 대우 측에 흘러들어 갔고 이를 바탕으로 로비를 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래는 추첨에 참가하는 업체는 외부와 차단돼 선정 위원 명단을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한다.

정부는 턴키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자 지난해 1월 1일부터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해 평가위원 선정 방식을 바꿨다. 그동안 위원 선정은 공무원으로 구성된 내부 추천위에서 선정했지만, 이제는 공개 추첨을 실시하며 뽑힌 위원은 명단을 공개해 상호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부산시는 250명의 건설기술심의위원(임기 2년)이 각종 건설공사의 기본 및 실시설계 등을 심의하며, 이 가운데 50명이 평가를 담당하는 설계심의위원으로 선정돼 있다. 턴키공사 적격업체를 낙점할 때는 50명 중 15명을 공개추첨을 통해 선정하고 그 명단을 공개한다.

수년간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부산 모 대학 교수는 "지난해 새 제도를 채택하고 나서는 업체 간 상호 견제가 심해 부정비리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부정의 소지는 있어 지속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