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관통한 제16호 태풍 '산바'가 17일 밤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면서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지만 부산은 우려했던 것보다 피해가 적어 방재 당국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산바'를 포함해 제7호 '카눈', 14호 '볼라벤', 15호 '덴빈' 등 총 4개의 태풍이 상륙하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부산은 피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산은 그동안 대형 태풍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1959년 '사라'를 필두로 1987년 '셀마', 1991년 '글래디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초대형 태풍이 북상할 때마다 부산은 '수해 도시'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매미급 태풍'이라고 불리던 '볼라벤'과 '산바'가 잇따라 북상하면서 방재 당국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볼라벤'의 경우 이동 경로가 서해상으로 일찌감치 예고돼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산바'는 '매미'와 이동 경로와 위력이 흡사해 '9년 전 추석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남 사천 앞바다로 상륙한 '매미'의 뒤를 따라 '산바'도 경남 남해 상주를 통해 한반도에 상륙했지만 9년 전과 비교하면 부산의 피해는 경미했다.
이에 대해 부산기상청은 "태풍 '산바'가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세력이 빠르게 약하된 게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태풍 '매미'는 한반도 상륙 당시 중심기압이 950헥토파스칼(hPa)에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60m(제주)였지만 '산바'는 중심기압 965hPa에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3.9m(여수)로 떨어졌다. 또 '매미'는 경계심리가 느슨해진 추석 당일 밤 늦은 시간 부산에 직격탄을 가한 반면 이번 태풍은 낮에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방재 태세가 달랐다. 여기에다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배수시설 등 수방(水防) 인프라와 시스템 등이 대폭 확충되고 체계화한 것도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