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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인근 강변도로의 모습. 가로수가 빈약해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가 그마저도 잎이 시들고 있다. |
- 낙동강 하구·수영강변
-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 불구
- 쉬어갈 곳이나 그늘 모자라
- 부산 도심서 접근성 뛰어나
- 시민들이 즐겨찾는 온천천
- 산책로엔 나무 적어 아쉬워
바다와 함께 부산이 가진 자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강이다. '젖줄'이라고 불리는 낙동강과 수영강 등은 해운대와 함께 부산이라는 대도시의 격을 높인다. 최근 부산의 강변에는 곳곳에 아름드리 가로수가 자라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아직 '품격'을 거론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자전거도로를 공원화하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낙동강 하구는 부산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접근성과 문화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따지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부산환경공단 다대사업소 앞까지 이어지는 도로. 낙동강 하구의 갈대밭이 춤을 춘다. 하얀 모래톱이 운동장처럼 펼쳐져 있고, 새들이 난다. 환경공단 앞에는 사하구청이 노을정이란 휴게소를 세웠다. 이곳은 낙동강 생태학습장의 입구다. 안내센터도 있다. 도로에서 10m만 내려가면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곳. 하지만 지금은 지하철 공사로 다소 어수선한 데다 '풍성한 강변'과는 거리가 멀다. 가로수를 심었지만 키가 1~2m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드문드문하다. 지난 7일 이곳을 찾았을 때 9월 초순인데도 벌써 일부 가로수는 나뭇잎이 졌거나 말라 있었다.
하단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같은 낙동강 하구지만 훨씬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제법 굵은 가로수가 우거진 데다 인도 양옆으로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몇 년만 지나면 나무가 우거져 울창한 숲 터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도로도 비교적 잘 정비돼 낙동강을 찾는 시민에게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낙동강 하구는 수영강 온천천 등과 함께 부산에서 자전거도로로 제구실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간이다. 굴곡이 많은 부산 도심에서는 사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낙동강 하구에 가로수 식재를 늘리고, 휴식공간을 확대해 시민이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존인가, 방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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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아파트 단지의 많은 주민이 찾는 수영강에는 드문드문 수양버들이 그늘을 드리우지만 강변도로의 콘크리트 기둥 탓에 삭막해 보인다. |
금정구 금사동에서 원동IC 방향 수영강에는 크고 작은 수양버들 50여 그루가 있다. 산들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를 흔들어대는 수양버들은 도심의 활력소가 된다. 사방 고층 아파트로 막힌 삭막한 지역에 숨통을 틔워준다. 수영강의 야생 수양버들은 다소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자연스럽다. 다만 현재 모습이 보존인지 방치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가꾸는 최소한의 관리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영강만큼 최근 부산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도 드물다. 온천천과 연계되고, 강 주변으로 잇따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변을 산책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영강변 역시 풍성함과는 거리가 있다. 원동IC에서 금사동 방향으로 강 양쪽에 자전거도로를 냈지만 한참을 달려도 그늘을 찾기는 쉽지 않다. APEC나루공원 인근도 마찬가지로 햇볕이 따가운 날은 걷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금사동에서 하구로 내려가는 방향은 더 심하다. 왼쪽으로 강변도로의 원기둥 교각이 빽빽해 눈에 거슬린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안락SK 아파트 주변으로 가로수가 제법 우거진 데다 강변에도 칡넝쿨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는 것. 어른 키만큼 자란 강변의 억새도 걷는 즐거움을 준다.
주민 김성우(48) 씨는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좋은 측면도 있지만 산책을 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수영강의 매력이 떨어진다. 벤치 등 휴식공간과 문화적인 측면의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천천 없는 부산?
온천천을 빼고 부산을 말하기 어렵다. 온천천이 최근 몇 년 사이 부산의 상징처럼 된 것은 성공적인 생태 복원과 뛰어난 접근성 때문이다.
온천천을 걷다 보면 강 양쪽의 우거진 가로수가 콘크리트 기운을 막아 준다. 중간중간에 놓인 징검다리는 정취를 더하고, 온천천과 주택가 사이에 조성한 잔디밭은 온천천의 격을 높인다. 강둑을 따라 걸어도 가로수가 만든 나뭇잎 터널 때문에 대도시의 주택가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곳곳에 그늘과 벤치가 있어서 쉴 수 있다.
그러나 '명품' 온천천에도 아쉬운 대목은 있다. 강변 산책로에 나무가 적다는 것이다. 야생 나무가 몇 그루 서 있기는 하지만 그늘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천법 규정상 나무를 심기가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아쉬운 대목이다.
# 강동진 경성대 교수의 조언
- "부산 녹지 질 높이기 집중할 때"
- 한강 정비 모델 삼은 녹화사업, 천편일률적인 강변공원 조성
- 지역 특성 감안 유지·관리해야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사진) 교수는 "지난 10년간 부산시는 녹지 확충을 위해 많이 노력해 왔으며, 최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간선도로의 중앙분리대 화단 조성이나 고가도로 아래 녹화사업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온천천이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민에 대한 배려의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동래구와 연제구 등 온천천을 끼고 있는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큰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은 대목"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그러나 이제는 녹지면적의 양적 확충보다 '명품 녹지공간'으로 질을 높이는데, 또 공원조성과 강변 녹화사업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초점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동강을 예로 들면 강변도로에 가로수를 심고, 둔치에 녹지 공간을 늘리기는 했는데 시민이 확 달라졌다고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낙동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해야 했는데 온천천처럼, 서울의 한강처럼 접근했다. 일반적인 도심 공원에 나무를 심듯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낙동강은 부산 생태계의 보물단지다. 삼각주라는 자연환경적인 특성도 크다. 이런 생태적, 환경적 바탕을 고려한 뒤에 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상당수 녹지조경 사업이 서울업체가 그린 설계도를 갖고 진행된다는 것이다. 외지업체들이 세운 실시계획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녹지공간을 조성하다 보니 부산이라는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사업이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부산을 이해하고, 부산의 정서를 아는 업체가 공원과 녹지 조성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데 그런 면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온천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털어놨다. 하천은 하천답게, 즉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도심공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온천천이 떠맡았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공원과 하천은 근본이 다르다. 구분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하천녹지사업은 대부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비된 한강을 기본모델로 하고 있다. 체육시설 주차장 산책로 등이 사실상 전부"라면서 "온천천의 경우도 하천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공원화됐다. 온천천 주변 지역에 공원이 있고, 온천천은 생태의 중심축으로 이들 도심공원에 대한 뼈대와 허파 역할을 하면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지금은 온천천 자체가 공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온천천 주변 주택가에는 공원이라고 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보니 온천천이 어쩔 수 없이 공원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수영강이나 낙동강 등 강변에 대한 녹지를 유지 및 관리할 때조차도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4대강 정비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축구장 야구장 자전거도로나 만들고 잔디밭을 조성하면 끝이 아니다. 같은 놀이공원이라도 창의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접근성이 좋아야 강변 녹지공간이 시민의 생활 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갈 수 있다. 그러려면 그 지역에 필요한 게 무언가라는 점이 녹지 행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