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 제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살 사망자는 매년 100만명에 달한다. 40초에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 보면 자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미 한국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갇힌지 오래다. 2000년 이후 자살률이 계속 높아지더니 2010년에는 자살 사망자수가 1만5천566명으로 하루 평균 42.6명을 기록했다.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 가까이 된다. 자살률 OECD 1위라는 부끄러운`챔피언'자리도 유지하고 있다. 이제 주변에서 자살 소식을 듣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우리 사회가 끔찍한 중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다.

높은 자살률은 한국 사회가 곪아 터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소년 자살인구가10만명당 13명이라고 한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성적 부진을 비관해 목숨을 끊거나 왕따,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불행한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인층 자살 역시 위험 수위를 넘었다. 노인 자살률은 2008년 10만명당 61.38명이던 것이 2010년에는 81.9명으로 크게 높아 졌다. 일본의 17.9명, 미국의 14.5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
경제력 상실과 가족 해체가 겹치면서 빈곤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가계부채 등 경제위기로 베이비부머 중심층인 50대 초반 남성의 자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까지 합치면 자살 증가의 위험성은 생각보다 더 크다.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15.6%는 평생 한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3.2%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의 원인은 개인이 처한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ㆍ경제적 양극화가 자살의 주 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WHO는 "자살은 대부분 예방 가능하다"며 "정부가 보건, 사회 등 관련 부문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자살 예방의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양극화를 치유하고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정부는 선진국의 자살 축소사례를 점검해 사회안전망을 비롯한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승자독식'에 취해온 특권층과 지도층의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소외 계층이 절망과 고통의 늪에서 좌절하다 소중한 생명을 버리지 않도록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