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0만~2728만 원 인상 효과
- 잠정안 가결땐 평균 1억 돌파
- 협력업체 직원 "해도 너무 해"

"현대자동차 직원이 올해 임금협상으로 받게 될 급여 인상액이 제 연봉보다 많으니 일할 맛이 안 나네요."

현대차에 의장품을 납품하는 경북 경주의 한 2차 협력업체 근로자 김모(50) 씨.

그는 지난달 30일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맥이 풀렸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일감이 줄었고, 이로 인한 임금 삭감을 걱정하던 차에 이 소식을 듣게 되자 처음에는 반가웠다고 한다. 그런데 합의안 내용을 듣는 순간 '해도 너무한다'는 분노가 치밀었고, '나는 뭐지'라는 박탈감이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협상에서 ▷기본급 9만8000원(기본급 대비 5.4%, 호봉승급분 포함)+수당 3000원 인상 ▷성과급 통상급 기준 350%+900만 원,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150%+60만 원을 각각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를 총액으로 환산하면 사측은 2260만 원 상당, 노조 측은 2728만 원 상당의 인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470여만 원 차이가 있지만, 역대 최대 인상 폭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 정도 인상액이면 어지간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연봉에 해당한다. 김 씨는 회사에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김 씨가 받는 연봉은 2500만 원 정도다. 그의 말처럼 현대차 직원의 올해 임금인상분에 불과하다. 현대차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3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1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중소 협력업체 등의 사업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 침체 속에 납품단가는 몇 년째 제자리이고, 원청사(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일감이 끊기기 일쑤여서 부도 위기를 밥 먹듯이 넘기고 있다.

이런 판에 원청사는 연간 1~3명 고용할 수 있는 돈을 한 해 인상분으로 준다고 하니 부러움보다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부산 기장군의 한 협력업체 대표 이모(55) 씨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경영으로, 직원들에게 더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원청사의 임금 인상 소식을 들으니 우리 직원들에게 죄인이 된 기분"이라며 "원청사의 높은 임금 인상은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동결 또는 인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