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30일 잠정 합의한 올해 임금협상 내용(사상 최대 인상액)을 놓고 지역 상공계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노사 협상을 진행 중인 협력업체나 주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울산과 부산, 경북 경주지역 상공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협을 역대 최대 인상액으로 잠정 합의하면서 협력업체뿐 아니라 다른 기업체에도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규모가 큰 1차 협력사 중 일부는 노조 측이 그동안 진행해 온 협상안을 수정할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회사 노조는 현대차가 1인당 2500만 원 안팎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자 기존 요구안을 뒤집고 임금 부문이 크게 강화된 새로운 안을 내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울산 북구의 한 1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원청사(현대차)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임금 인상에 합의한 뒤 '조합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말을 노조 관계자에게서 들었다"면서 "지금까지 애써 벌여온 협상이 무산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주의 2차 협력업체 대표는 "현대차의 잠정 합의 소식에 직원들이 현격한 임금 차이에 한숨을 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본다"면서 "특히 현대차 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울산 상공계 관계자는 "현대차처럼 영향력이 큰 대기업은 임·단협할 때 노사 자신의 이익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전체 사회·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이번 파업으로 사상 최대의 생산 손실을 낸 대가가 사상 최고 임금 인상으로 돌아온다면 파업을 하지 않을 노조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현대차가) 언제까지 퍼주기식 협상을 할지 모르지만, 그 부담은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