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 무더기 결항사태

- 항구마다 대피선박 만원

- 열차 속도 제한·운행 중단

- 해수욕장도 사실상 폐업

- 부산시·경남도 등 지자체

- 침수 대비 제방 점검 등

- 공무원 비상근무체제 돌입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27일 오후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부터 영향을 미치면서 부산과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태풍경보가 발효된 부산에서는 여름철 피서객들로 북적거렸던 해운대해수욕장 등이 사실상 폐업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김해국제공항을 비롯해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서는 항공기와 여객선의 대규모 결항 사태가 벌어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공항 결항 사태…열차는 서행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현재 43편의 항공기가 발이 묶였다. 특히 이날 오전 태풍이 제주도를 강타해 오후 1시10분부터 부산~제주 국내선 24편이 운항을 중지해 제주행 항공기의 결항 사태가 심했다. 이날 오후 4시10분께 부산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항공기도 결항하는 등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국제선 19편의 운항이 취소되기도 했다.

일본 쓰시마 여행에 나섰다 이날 귀국할 예정이었던 상당수 여행객들이 배편이 끊기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지난 26일 비틀호 편으로 출발, 27일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안모(64·해운대구 좌동) 씨 등 20여 명은 배편이 끊어져 현지에 남았다.

코레일은 태풍 볼라벤의 북상에 따라 이날 열차 운행 속도를 제한하거나 운행을 일시 중지하는 등 열차 운행 조치에 만전을 기했다.

한국전력 제주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11분 서귀포시 강정동 700여 가구와 오후 7시52분 안덕면 사계리 74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서귀포 지역 3000여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제주시 지역에는 이날 오후 8시21분부터 조천읍 조천리 1500여가구와 오후 8시23분 애월읍 하귀리 480여 가구 등 모두 2000여 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당장 제주와 경남을 비롯해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해안가와 저지대 주민 421세대 645명을 사전대피시켰고 타워크레인과 철탑, 전신주, 옥외광고물 등 7만1508곳에 대해 안전조치를 했다. 또 가두리양식장 등 수산양식시설 3674곳에도 안전조치를 취하고 어선 6만1414척을 결박하거나 대피시켰다. 이어 산사태와 급경사지 옹벽, 축대붕괴 등 재해취약지역 1만9147곳을 점검하고 해수욕장과 산간계곡, 갯바위 낚시터 4232곳을 사전통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부산 경남도 조심, 또 조심

부산과 경남지방도 이날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종일 노심초사했다. 특히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일선 지자체들은 백사장에 설치된 파라솔·샤워장·탈의실·망루대를 철거하고 일부 해수욕장에서는 공연장으로 사용하던 무대를 분해해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등 초긴장 상태였다.

이날 해운대구 우동·청사포·송정·미포 등 어항 선박들도 대비에 들어갔다. 해운대구는 어촌계에 소형 선박은 육지로 인양하고, 나머지는 어항에 단단히 결박하도록 하는 등 해일 피해에 대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개장 이후 처음으로 강한 태풍을 맞이하는 해운대 영화의전당의 경우 빅루프(길이 163m, 폭 62m)에 31m 길이의 '단부지지대' 2개를 설치했다. 단부지지대는 평소에는 지상에 숨어 있다 필요할 때 10개의 단이 올라가 지붕 아래를 받치는 역할을 한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15일 집중호우 때처럼 센텀시티가 침수되지 않도록 이날 하수구·배수구 쓰레기 제거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부산~김해경전철운영㈜은 이날 낮 12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하루 424회 무인운행하는 부산~김해경전철은 선로가 외부에 노출돼 있어 강풍에 취약한 만큼 운영사는 역사 승강장 벽체와 선로 주변 방음시설물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을 벌였다.

이와 함께 경남 김해시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하천 제방 붕괴로 면(面) 전체가 물에 잠겼던 한림면의 화포천 일대를 대상으로 제방 점검을 벌였다. 또 상습 침수가 우려되는 외동 일대의 배수장과 저류지를 살펴보고, 대동면 등의 화훼·채소단지 비닐하우스에 대한 결박 상태 등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