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한식 교수 부부가 주도

- 주민 중심 지역공동체 모임

- 40여명 금강공원 산책 후 조찬

- 장승 세우고 공식 둥지도 마련

'이웃 공동체 동래사랑방 모임…. 토요일 아침 7시30분, 금강공원 정문. 8시 보리밥 집. O.K?'

금요일 오후나 저녁이면 어김없이 휴대전화 문자가 온다. 문자를 받았다면 당신은 동래사랑방 멤버다. 멤버가 되면 주말이나 휴일에 금강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공원 내 보리밥집의 '조찬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

동네(동래) 모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멤버가 화려하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김기섭 부산대 총장, 윤한진 동래온천장번영회장, 이장천 부산대 한의전문대학원장, 박진배 대선주조 부사장, 김종욱 비레스코 대표, 박진호 금호전기 전무, 김영애 웰빙보리밥 대표 등 40여 명이 고정 참가자들이다.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도 많다.

동래 금강공원에서 흥미로운 이웃 공동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만남 자치 나눔 소통 창조의 가치를 안고 소소하게 모임이 지속되면서 어엿한 주민중심 지역공동체로 자리잡고 있다.

동래사랑방 주최자는 부산대 황한식(경제학과) 교수와 그의 부인 김수자(전직 중학교 교장) 씨. 지난 2009년 7월 금정구 구서동에서 동래구 온천2동으로 이사 온 황 교수 부부는 집 인근의 금강공원을 거점으로 아침 산책 후 보리밥 대화 모임을 이끌어오고 있다. 지난 1990년대 구서동에서 '금샘사랑방'을 운영해 본 경험이 밑천이 됐다. 동래는 황 교수 부부에게 주민운동의 또 다른 신천지였다. 모임은 매주 이어졌고 지난해 4월과 7월에는 동래 온천동 이주홍 문학관에서 창조시민 인문학 강좌도 열었다.

행사 때는 십시일반으로 음식을 조달한다. 이심전심 역할 분담이 되면 김밥과 김치, 파전, 떡, 과일, 술, 음료수 등이 한상 가득 탁자에 펼쳐진다. 이쯤되면 십시일반도 뷔페 이상의 풍성한 잔칫상이 된다.

이들이 만나는 곳은 금강공원 케이블카 매표소 1층에 자리한 금강웰빙 보리밥집. 김영애 대표는 "아침에 산책을 겸해 이웃 간 정을 다지고 정보를 나누며 서로 힘을 얻으니 이보다 더 좋은 모임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 5월 13일 웰빙 보리밥집 입구에 작달막한 장승 두 개가 세워졌다. 장승에는 각각 '황교수와 아이들' '동래사랑방'이란 글귀가 새겨졌다. 동래사랑방의 공식 둥지가 마련된 것이다. 오랫동안 지방분권 운동에 투신해 온 황 교수는 이날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주제로 간단한 소회를 피력했다. "수처작주는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는 선시의 구절입니다. 주인의식, 그게 마을 만들기의 근본입니다."

장승에 적힌 '황교수와 아이들'이란 글귀는 강병중 회장이 명명했다. 이웃 공동체 운동의 건승을 기원하고, 황 교수의 고군분투를 격려하는 유머러스한 문구다. 강 회장은 이 모임 운영을 돕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 타법을 새로 배웠을 만큼 열정적이다.

김기섭 총장도 거의 매주 참가한다. 일반 등산객과 똑같은 모습으로 불쑥 산책길에 나타나는 그는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대학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는 "길에서 맑은 정신으로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대학 경영의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

지난주 사랑방에선 누군가 시 한수를 낭송했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정안면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중).

동래사랑방은 부산에 제2, 제3의 동네 사랑방들이 탄생되기를 희구하고 있다.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