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교수평의회 관계자들이 15일 김해 캠퍼스에서 대학 측의 졸업 최소이수학점 감축 추진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수윤 기자

- 전공능력 위축돼 경쟁력 저하
- 학칙 개정의결 놓고 충돌 예고

인제대학교(경남 김해)가 졸업에 필요한 최소 이수학점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자 학내 교수평의회가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인제대는 올해 2학기부터 졸업 이수 최소 학점을 현행 140학점에서 126~130학점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 라고 15일 밝혔다.

방안에 따르면 인문사회과학대학 중국학부, 디자인대학 디자인학부 등은 126학점으로 줄이고 자연과학대학 컴퓨터응용과학부, 의생명공학대학 생명과학부, 공과대학 제약공학과, 인문사회과학대학 법학과 등은 130학점으로 감축한 것이다. 대학은 이를 잠정 확정한 상태다.

대학 측은 "전공과목의 한계에서 벗어나 2, 3개 전공을 더 요구하는 시대변화에 맞추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전공과 부전공의 활성화, 학습·교수 부담 경감을 통한 '비교과' 과정 및 특별활동의 활성화 등으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습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또 전공 이수가 필수인 의대와 약대, 공학인증제 학점에 묶여 있는 공대와 교육학과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학과별 사정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수평의회는 '졸업 최소학점 감축안 폐기'를 요구하며 성명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교수평의회는 "학점을 감축하면 사회가 요구하는 전공능력이 위축돼 교육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전공을 충실히 하면서 다른 공부나 활동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만큼 감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의회는 대학당국이 내부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학 중에 일방적으로 이 같은 감축안을 포함한 학칙 개정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고영남 교수평의회 의장은 지난 6일부터 1주일간 대학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데 이어 13일부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교수평의회 강필중 부의장은 "대학 측이 지난 33년간의 교육성과에 대한 충분한 성찰 없이 일방적으로 감축안을 만들고 교수와 학과장에게 통보하고는 의견수렴을 했다는 등 무리하게 감축을 추진 중"이라며 "대부분의 교수들이 졸업 최소이수학점 감축에 반대했는 데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감축을 강행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감축안 마련에 앞서 두 차례 학과·학부장 설명회를 가졌고, 총학생회 등이 참여하는 대학평의회를 갖는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17일 교무위원회에서 졸업 최소이수학점 감축을 위한 학칙 개정을 의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수평의회는 대학 측의 의결 강행을 저지할 방침이어서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