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행하다 예고도 없이 멈춰
- 잠시 정차 방송 후 전기 차단
- 한때 비상등마저 완전 소등
- 냉방기도 작동 안돼 땀범벅
- 수십분 동안 원인 안 알려줘
- 119구조 요청하는 등 대혼란
27일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멈춰 섰다 부산역에 도착한 KTX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코레일 측의 미흡한 대처로 1시간20분간 깜깜한 터널에 갇혀 더위와 싸우고 공포에 떨었다고 분노했다. 어둠과 더위 속에서 고통을 겪었던 탓에 승객들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도 힘들어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2분께 금정구 금정터널에서 서행을 하던 KTX 133호가 예고도 없이 운행을 중단했다. 영문을 모르는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5분 뒤 "기차가 열을 받아서 식히느라 잠시 정차한다. 10분 정도 지연될 것 같다"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안심한 승객들은 다소 짜증이 나긴 했지만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10여 분 뒤 KTX 측은 안내방송에서 "기차에 이상이 생겨 확인작업을 해야할 것 같다"며 "전기공급이 끊기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한 뒤 비상등만 켜둔 채 에어컨을 비롯한 모든 시설에서 전기를 차단했다. 박은애(여·41) 씨는 "점검을 한다며 5분 정도 비상등까지 껐다. 냉방도 되지 않는 암흑 속에서 공포가 밀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희미한 비상등 불빛에 의지하며 더위와 어둠 속 공포에 시달리던 승객들 중 일부는 실신 증상까지 보였고, 수십 분이 지나도록 열차 고장의 원인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KTX 측에 화난 승객들은 기장을 불러오라는 등 항의를 했다. 119에 구조를 요청하는가 하면 언론사에 연락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승객들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자 운행 중단 40분가량이 지나서야 "고장이 났다. 20분 뒤에 구원열차가 도착하면 바로 출발할 것이다"며 KTX 관계자가 승객들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20분이면 온다던 구원열차는 40분이나 지난 오후 4시50분께 도착했으며, 이마저도 고장난 열차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등 부실한 대처를 보였다.
온몸이 땀에 절은 채 겨우 열차를 빠져나온 박은지(여·33) 씨는 "안내방송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사고 경위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답답했다"며 "아직도 뭐가 고장났었던 건지 모른다. 환불규정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30분째 이곳에서 설명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친척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온 정연도(61) 씨는 "운행을 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승객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정확하게 알려줘야 할 게 아니냐"며 "KTX를 처음 타봤는데, 다시는 안 탈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고열차가 부산역에 도착한 뒤에도 환불이 빨리 이뤄지지 않아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승객들은 "사고열차 속에서 고생한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코레일 측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