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대는 이번 여름 인도네시아에서 두 가지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ASP)은 동서대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 5개 대학 학생들이 3주 동안 함께 모여 공부하고 토론하며 국제적 감각과 교류의 힘을 증진시키는 야심찬 실험이다. 또 한가지는 올해로 17년째 펼치고 있는 국제기술봉사단(Tech Corps) 활동이다. 동서대 국제기술봉사단 30명은 지난 5일 인도네시아의 외진 마을 여러 곳에 들어가 한달 일정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봉사단 활동 또한 동서대를 비롯해 5개 나라 7개 대학 학생 150명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적 교류의 장이다.

지난 15~20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일원에서 펼쳐지는 동서대 학생들의 교류와 봉사 현장을 찾아가 봤다.


■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

- 미래 亞 주역들, 네트워크 구축의 장
- 장제국 총장 제안·주도
- 韓·태국 등 5개국 대학생, 3주간 영어로 강의 들으며 인맥 넓히고 문화 교류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시 페트라크리스천대 강의실에서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ASP)에 참여한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있다. 조봉권 기자

"세계 전체의 GDP(국내총생산)에서 현재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 정도입니다. 이것이 2020년에는 41%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시아는 현재 진정한 역사적 전환기에 있고, 곧 아시아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난 16일 인도네시아의 제2도시 수라바야에 있는 페트라크리스천대학에서 만난 동서대 장제국 총장은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ASP)을 제안하고 주도하게 된 데는 선명한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중에서도 동남아시아는 최근 한국과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경제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10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국의 교역규모는 2011년 1249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인 2001년 324억 달러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아세안은 한국에게 중국 다음으로 큰 교역파트너가 됐다.

ASP는 한국의 동서대, 인도네시아의 페트라크리스천대, 말레이시아의 말레이시아 페를리스대(유니맵), 태국의 방콕대, 일본의 조사이국제대 등 아시아 5개 나라 5개 대학이 지난 16일 페트라크리스천대 강당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공식 협정을 맺음으로써 올해부터 가동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출범식에 앞서 열린 5개 대학 총장(방콕대와 조사이대는 부총장) 기자회견에서 페트라크리스천대 롤리 인탄 총장은 "1996년부터 우리 대학과 깊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동서대 장제국 총장의 적극적인 제안이 계기가 돼 ASP를 시작하게 됐다"며 "첫 시도인 올해의 경우 각 대학에서 20~30명씩 모두 143명을 선발해 7월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3주 동안 영어로 진행되는 9개 강좌를 함께 이수토록 하는 방식으로 페트라크리스천대학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ASP에 참가한 학생들은 의욕과 기대감이 높았다. 17일 강의현장에서 만난 동서대 안의진(국제물류학과3) 씨는 "강의는 동남아의 농업·경제·문화부터 아시아의 녹색경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영어로 강의를 듣고 질문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 친구도 벌써 사귀어서 조사이국제대 학생들과 축구시합 약속까지 잡아놨다"고 말했다.

페트라크리스천대의 테사(회계학과2) 씨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강의를 들으며 새 친구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오늘 수업을 들어보니 그런 기대가 충분히 충족될 것 같다. 특히 한류 스타들과 한국 드라마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 이야기할 게 많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ASP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3주 동안 2개 강좌를 들으면 교양과목 4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생활은 페트라크리스천대 기숙사에서 하며 대학 측은 참가자에게 항공료를 대주고 ASP가 끝나면 3박4일 발리 문화체험도 함께한다.

결국 ASP는 학생들에게 학점 등의 실속도 제공하면서, 앞으로 이들이 활약하게 될 '성장하는 아시아'라는 무대에서 일찍부터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교류까지 가능케 하는 '장기적·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수라바야


■ 대학생 국제기술봉사 활동

- 오지에 식수시설·전등 설치 구슬땀
- 동서대 등 150명 봉사단, 문명 소외 6개 마을 방문
- 태양광 조명시설 만들고 예술문화과학교육 펼쳐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시 인근 끄띠리 지역의 마가사리 마을에서 동서대 국제기술봉사단이 어린이를 위한 물로켓 발사 실험을 해 보이고 있다. 조봉권 기자

인도네시아는 1만3677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섬이 제일 많은 나라다. 인구는 1억2000만 명. 50개 종족이 350개 언어를 쓰면서 살고 있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나라에는 작고 외진 마을이 셀 수도 없이 많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덴파사공항까지 비행기로 약 7시간. 거기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1시간을 가니 자바섬에 있는 이 나라 제2도시 수라바야에 닿았다. 이번에는 버스로 바꿔타고 4시간을 달려가자 한국의 군 단위 지역인 끄띠리. 여기서 또 다시 1시간을 더 가서야 동서대 국제기술봉사단 학생 30명이 지난 5일부터 한달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작은 마을 중 한곳인 마가사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난 17일 오전 마가사리에 도착하자 머리 위에는 적도의 태양이 성을 내고 있었다. 땀 닦을 새도 없이 마을을 누비며 일을 하던 국제기술봉사단을 보면서 두 가지 특징을 간추려낼 수 있었다.

하나는 이 활동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올해로 17년 째를 맞는 꾸준한 봉사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곳엔 동서대생들만 있는 게 아니었단 사실이다. 끄띠리 지역에는 해마다 이맘 때 동서대를 비롯해 5개국 7개 대학의 대학생 150여 명이 몰려와 6개 마을로 흩어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05세대 424명이 모여사는 마가사리는 그 중 한 마을이다.

동서대 국제기술봉사단 단장 조형국(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마가사리는 올해 6월에야 전기가 원활하게 들어왔을 정도로 외진 지역이다. 휴대전화, TV, 인터넷이 전혀 없는 곳"이라 설명했다.

봉사단 일원인 정유정(국제통상학과4) 씨는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한 여러 마을에 태양광 조명시설(6개 마을 15개)을 설치하는 일부터 화장실 만들기, 식수시설 개선, 유치원 가꾸기, 예술문화과학교육 등 활동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김기형(신소재공학과4) 씨는 "지난해 봉사단에 선발된 뒤 8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여기에 오게 됐다"며 "오전 6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힘겹지만 보람이 정말 크다"고 밝혔다.

한국 인도네시아 일본 홍콩 네덜란드 등 5개 나라의 7개 대학에서 온 대학생들이 20여 명씩 팀을 이뤄 함께 활동하는 방식이어서 참가자들이 자연스레 교류를 트는 것도 이 활동의 장점이다.

네덜란드의 인홀랜드대의 지나(21·레저매니지먼트학과) 씨와 킴벌리(22·미디어엔터테인먼트 경영학과) 씨는 "일은 힘들고 화장실은 불편하지만 성취감은 참으로 크다.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제기술봉사단은 홀로 사는 땀시(80) 할머니의 외딴 집 내부에 태양광 전등을 달았다.

암흑천지에서 벗어난 땀시 할머니의 벅찬 소감을 통역해주던 인도네시아 여성 요시(23) 씨는 "대학 시절 이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인생전환점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사무국에서 스태프로 일한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봉사를 통해 충만해지는 삶을 체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