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소유주·건설사는 책임 공방
- 주민 불안 떠는데 임시 처방만
산사태 발생 우려가 있는데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대책 마련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곳이 있다.
부산 북구 만덕동 동일아파트 105동 주민들은 불과 십여 m 거리를 두고 마주하는 야산이 가파르게 깎여 있어 항상 불안에 떨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실제 이날 현장을 찾아 살펴본 결과 붉은 맨몸을 드러낸 흙 사이로 나무 뿌리가 드문드문 보였다. 특히 지난해 말 집중호우로 쓸려 내려간 흙이 아파트 뒤편 통행로를 덮고 있는데도 북구청은 마대를 쌓아 올리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처리한 상태였다.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처럼 집중 호우가 계속되면 예기치 못한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 손칠환(60) 씨는 "아파트를 짓기 전 부지를 확보하려 무리하게 산을 깎아 공간을 만든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흙이 유실되는 슬라이딩 현상이 지속한다면 대규모 산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곳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사고 발생 위험 지역인 절개지를 사이에 두고 산 소유주와 아파트 건설사가 서로 자기 땅이 아니라고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산사태 등 큰일이 터진 뒤 대처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북구청은 이 같은 문제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지역에 안전시설을 설치한 후 소유주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오히려 소유주들의 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대집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문제가 심각해지면 안전시설을 설치한 후 소유주에게 설치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