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행안부 기준 따랐을뿐
- 중요한 하자로 판단 않아"
- 재판과정 치열한 공방 예고
- 배 사장 직무수행에 큰 부담
- 노조 "임단협 대상 인정 못해"
법원이 13일 배태수(56) 부산교통공사 사장의 임명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부산시의 산하기관장 임명 절차에 제동을 거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부산시와 교통공사는 이에 대해 "중요한 하자가 아니다"며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법원 측과 앞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결…엇갈리는 해석
법원은 교통공사가 2011년 3월에 개정한 임원추천위원회 설치운영규정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교통공사는 설치운영규정 개정안을 이사회에 상정하지 않고 안준태 사장의 결재로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시와 교통공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공사의 최초 설치운영규정은 2010년 1월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제정했는데 이듬해인 2011년 3월 행정안전부에서 공기업의 인사운영기준 지침을 만들어 그에 따라 운영규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행안부의 기준에 따라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대구, 대전지역 도시철도 운영기관도 개정안을 만들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장 결재로 시행했다"며 "이사회를 거치는 부분에 대해 시와 법원의 판단이 상충된다. 시는 이 부분을 중요한 하자로 판단하지 않고 있으며 법원의 판단에 논란이 있다"고 반발했다.
■직무 수행 언제까지 가능한가
시와 교통공사가 항소를 하게 되면 배 사장은 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절차상의 문제를 고수한다면 이번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확정 판결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1심에서 임명처분 취소 판결이 났기 때문에 배 사장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돼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허남식 시장이 사장을 다시 뽑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앞서 임명 전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지역사회 내에서 논란이 지속된다면 사장 임면권을 가진 허 시장도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한 강한규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은 "허 시장이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방공기업을 총괄하는 중앙정부에 청원을 해서라도 바로 잡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문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은 임단협 교섭이 부담
당장 닥친 문제는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네 차례에 걸쳐 회사와 노조는 협상을 가졌다. 노조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법원의 판결로 배 사장을 정상적인 협상 상대로 인정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가능한 한 빨리 회의를 갖고 노조의 입장을 표명하겠다. 당장은 임단협 교섭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988년 국가공기업으로 탄생한 부산교통공사는 2006년 부산시 산하 공기업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시 부시장 출신인 김구현, 안준태 사장 등이 교통공사를 이끌어왔고 배 사장은 지난 1월 2일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