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조정 역할 못해 여론 뭇매

부산 국회의원들이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재가동 승인을 놓고 제각각 딴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 조정자' 역할을 못하고 혼선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제신문이 6~8일 부산 국회의원 21명(비례대표 3명 포함)에게 고리 1호기 재가동 찬반을 묻는 전화 설문을 한 결과 ▷찬성 4명 ▷부산시민이 안전성에 수긍할 때까지 연기 12명 ▷반대 5명으로 응답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재가동해야 한다는 의원은 새누리당 3명(유기준 정의화 현영희)과 선진통일당 1명(김영주)이었다. 유기준 의원은 "IAEA 검사 결과가 나온 만큼 일단 가동하는 게 맞다. 반대 여론 설득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정훈·김세연 의원과 민주통합당 문재인·조경태·배재정 의원은 재가동에 반대했다.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 11명과 무소속 문대성 의원은 "주민들이 고리 1호기 안전성 결과를 수용할 때까지 재가동을 연기하자"고 답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회가 IAEA의 검사 보고서를 검증할 때까지 재가동을 미루자"고 주장했다.

고리 1호기 폐쇄에 대해서는 14명이 반대했다. 이재균·현영희 의원은 "인기에만 영합해 국가 재산을 함부로 없앨 게 아니라 안전 검증을 확실히 해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는 "대체 에너지가 확보되기 전에 폐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가동에 반대한 5명은 모두 '지금 당장 폐쇄해야 한다'는데 뜻을 분명히 했다. 2명(유재중 박민식)은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문제는 의원들의 생각이 제각각 달라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 점검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국회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여기다 최근 결성된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45명)'에도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은 전무하다. 부산에선 민주당 조경태 의원만 유일하게 참여했다.

조 의원 측은 "여당 의원들이 민감한 사안이라며 발을 빼다보니 갈등 해소는커녕 정부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대체에너지 확보없이 무조건 원전 중단을 요구하기는 어려워 통일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