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영장 이례적 신속 결정
- 받은 돈 예상보다 컸을수도

- MB 친형 이 전 의원 영장
- 검찰로서는 '큰 산' 넘어

검찰이 6일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동시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에 소환된 지난 3일부터 이날쯤 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예상 밖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정 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환 조사를 마친 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속한 결정이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똑같이 적용했다. 정 의원이 수수한 부정한 자금에도 대가성이 있다는 수사팀의 판단을 반영한다. 정 의원은 2007년 초 알게 된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그해 하반기부터 이듬해 사이에 1억 원 안팎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정 의원을 이 전 의원과 '공범 관계'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의원이 2008년 초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당시 정 의원이 동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전 의원을 이틀 먼저 조사해놓고 정 의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린 뒤 함께 영장을 청구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 의원이 수수한 금품 액수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컸을 수도 있다. 통상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구속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수수한 금액이 2억 원을 넘겨야 한다. 정 의원이 전날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도 수사팀이 빨리 영장을 청구한 이유로 읽힌다. 하지만 정 의원의 구속 여부 결정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현역 의원 신분인 만큼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송부해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하고 그다음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잡아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한편,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로서는 '큰 산'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남아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친형에 대해 사법처리 수순에 돌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전직 대통령의 형은 현 정부 초기에, 현직 대통령의 형은 정권 말기에 사법처리하는 형국이다. 연합뉴스